금호석화 박찬구, 표대결 완승…박철완 "배당 계속 제안할 것"(종합2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삼촌-조카 표대결서 삼촌 박찬구 회장 승리
박철완 "국민연금 결정 아쉬워…배당성향, 당기순이익 30%로 상향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현된 금호석유화학 내 삼촌과 조카의 표 대결에서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완승을 거뒀다.
박 회장은 조카이자 금호석유화학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을 두고 맞붙었는데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지지에 힘입어 모든 안건에서 승리했다.
다만 패배한 박 전 상무가 앞으로도 계속 회사에 배당 상향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삼촌과 조카 간의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오전 9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참석 주주와 의결권 위임, 검표 작업에 시간이 걸리면서 1시간 30분 늦게 개회됐다. 주총 현장에는 약 70여명의 주주가 직접 참석했다.
이번 주총에는 작년도 이익배당 승인과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4개 안건이 상정됐다.
박 전 상무는 이중 이익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별도의 주주제안을 제출해 박 회장이 지지하는 회사안과 표 대결을 벌였다.
표결 결과 이익배당 안건에서는 회사안(보통주 1주당 1만원)이 68.6%의 찬성률로 최종 의결됐고, 박 전 상무가 제안한 배당안(보통주 1주당 1만4천900원)은 31.9%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사외이사 안건에서도 회사가 추천한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 박영우 환경재단 기획위원 선임 안건이 71.0%의 찬성률로 의결됐고, 박 전 상무가 제안한 안건은 29%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 역시 72.6%의 찬성률로 회사가 추천한 박상수 경희대 명예교수가 최종 선임됐다.
이날 주총은 개회 후 약 1시간30분 만인 정오께 종료됐다.
박 회장이 조카와의 표 대결에서 압승한 데는 현 경영진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지지와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회장은 본인의 지분 6.7%에다 아들 박준경 부사장(7.2%), 딸 박주형 전무(1.0%) 지분을 합해 총 14.9%를 보유하고 있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 전 상무의 지분은 8.5%로,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총 1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 간 지분율 차이는 5% 미만이지만, 박 회장은 약 40%포인트(p)의 격차로 조카와의 표 대결에서 가뿐하게 승리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금호석유화학 현 경영진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평가가 우호적이고, 이사회 교체시 회사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도 회사 측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지며 박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국민연금은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6.8%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익배당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은 "향후 중장기 투자계획 등을 고려할 때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낸 이익배당 안건이 더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전 상무는 주총 직후 입장문을 통해 "국민연금이 현 경영진의 법적 책임, 불법취업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회사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아 개인 주주의 표를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배당금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수준으로 하도록 향후에도 계속 제안할 것"이라며 "회사가 발표한 1천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올해 안에 실행될 수 있도록 회사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상무는 개인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필요할 경우 임시 주총을 소집해 주주 의사를 대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전 상무는 지난해 주총에서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해 배당,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에 관한 주주제안을 냈지만, 모든 안건의 표 대결에서 밀려 완패했다.
이후 박 전 상무는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호석유화학에서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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