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초 흑인여성 대법관 지명자 '여성' 개념 정의 거부해 논란
상원 인사청문회서 질문받자 "생물학자 아니다"며 답변 안해
공화 의원 "여성 개념 정의도 못내리며 어떻게 여권보호하나"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최초의 흑인여성 대법관으로 지명된 케탄지 브라운 잭슨(51)이 연방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여성'에 대한 개념 정의를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잭슨은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 인사청문회 셋째 날인 지난 23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마샤 블랙번(69·테네시) 의원으로부터 "'여성'의 정의(definition)를 말해줄 수 있느냐"는 요구를 받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블랙번 의원이 "여성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너무 불분명하고 논란이 많아서 정의를 내리지 않겠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잭슨은 "이런 식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나는 생물학자가 아니다"라고 응대했다.
뉴욕포스트는 극좌 성향으로 평가받는 잭슨의 이 같은 태도가 보수주의자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며 "잭슨이 생물학적 성에 대한 '사실'을 진술하기 꺼린다는 비난과 함께 해당 장면 영상이 온라인에서 들불처럼 번졌다"고 전했다.
영국 출신의 유명 언론인 피어스 모건은 "나는 뇌 전문의가 아니지만 뇌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면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기본적 사실을 진술하는 데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 작금의 '진보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매체 '내셔널 리뷰'는 "미국 수정헌법 제19조는 '성별'에 따른 투표권 차별을 막기 위한 것이다. 또 낙태 옹호론자들은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요구한다"며 여성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대법관은 물론이고 책임 있는 어떤 직책도 맡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여성에 대한 개념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여권을 보호하고, 성별에 기반한 법·규제·정책 등에 이의가 제기됐을 때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잭슨은 여성의 낙태권과 관련 '임신 20주의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 가능한가'라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의 질문에 "모른다. 생물학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1973)와 '가족계획협회 대 케이시'(1992) 판례에 대해서는 '확립된 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은 로 대 웨이드 사건 판결 이후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4주 이전에는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잭슨이 과거 아동 포르노 범죄자에게 연방법 가이드라인인 징역 10년에 훨씬 못 미치는 징역 3개월 형을 선고하는 등 아동 성범죄자들에게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고 비난했으나 잭슨은 "형량 선고는 판사에게 재량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잭슨이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워싱턴DC의 사립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CRT)을 가르치도록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과과정 편성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잭슨은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연방법원 워싱턴DC 지원 판사에 임명됐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인 작년 6월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영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사퇴를 공식화한 후 최초의 흑인여성 대법관 탄생을 예고하고 지난달 25일 잭슨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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