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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美신문 "푸틴, 보안국 질책…책임두고 내분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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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美신문 "푸틴, 보안국 질책…책임두고 내분 조짐"
"전장서 고전하자 책임자 문책 분위기 감지"
국외 망명한 러시아 반정부 인사, 연방보안국 쿠데타설 주장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예상외로 고전하자 내부에서 서로의 책임을 따지는 등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세력 중에서도 누가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비난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중적인 책임론이 거론되는 곳은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최근 FSB가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FSB 대령 출신인 이고르 기르킨은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심각하게 오판했다"며 "모든 측면에서 적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개전 초기만 해도 파죽지세로 수도 키이우까지 진격해 정권을 무너트리고 꼭두각시 정권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푸틴 대통령도 개전 다음날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전쟁에 나서지 말고 현 정권을 뒤집으라고 권할 정도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맹렬히 저항했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러시아군은 객관적인 전력이 훨씬 떨어지는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황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파벨 루진은 "이 말은 거꾸로 아무것도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뜻"이라며 "러시아군이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큰 손실을 본 것은 수십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러시아군 전사자가 개전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아 7천명을 넘길 것으로 추정했다. 러시아는 1999년 체첸 전쟁 동안 전사자가 1만1천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러시아 지도층에서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작가이자 러시아 군사 정보 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가 NYT에 말했다.
솔다토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정보원 모집과 교란 작전을 담당해 온 러시아 정보당국 고위 관리가 가택연금에 처한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 군부에 대한 책임론도 내부에서 거론된다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 그룹에도 속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포함해 이번 전쟁의 '장본인'들의 자리가 불안해졌다는 것이다.
솔다토프는 "거의 모든 이가 위태로운 처지"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이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쇼이구 장관은 지난달 27일 푸틴 대통령과 대면한 이후 함께 있는 모습이 목격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전쟁에서 장성급 지휘관이 최소 5명 사망한 것도 러시아군의 작전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NYT는 해설했다.
퇴역 장성인 조셉 보텔은 "장성들이 많이 전사한 것은 그만큼 전선에서 일선 병사들이 제대로 전쟁에 임하지 못해 지휘관이 최전방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을 뜻할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그렇지만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빨리 끝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RIAC) 사무총장 안드레이 쿠쿠노프는 "러시아 지도부는 지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라며 "그들은 어떻게든 승전한 것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의사결정이 '톱 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군이 전장에서 스스로 결정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설도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FSB가 주도하는 쿠데타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국외 망명 중인 러시아 인권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킨을 인용해 보도했다.
FSB의 내부고발자가 오세킨에게 최근 편지를 보내 정보국은 실패한 전쟁으로 혼란과 불만에 휩싸여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오세킨은 FSB의 사람들이 이렇게 외부로 발설하는 것 자체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서방의 제재도 이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FSB 소속 관료들도 최근 러시아 신흥 부자층으로 떠오르고 있었는데 서방 제재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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