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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동부 기온 평시보다 32∼50℃ 높아…전례없는 이상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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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동부 기온 평시보다 32∼50℃ 높아…전례없는 이상기후"
전문가들 "이례적 대기천·열돔 탓…기후변화가 여건 조성했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남극 일부 지역의 기온이 평시보다 32∼50℃ 높은 이상 기후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 연구진 등에 따르면 남극 동부 지역의 기온은 최근 며칠 영하 10∼0℃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이 지역의 3월 평년 기온이 영하 45∼51℃라는 점을 고려하면 명백한 이상 현상이다.
남극 동남부 아델리랜드 연안 지대부터 대륙 안쪽 지역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대에서 평년보다 기온이 최소 32℃가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일부 지역에서는 평시보다 최대 50℃까지 기온이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남극점에서 동쪽으로 약 1천300㎞ 떨어진 보스토크 기지에서도 이상 고온이 관측됐다.
보스토크 기지는 1983년 7월 영하 89.2℃까지 기온이 떨어진 사실이 확인돼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 보스토크 기지의 이달 18일 기온은 영하 17.7℃로, 그간 3월 평균 최고기온(영하 53℃)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65년 전 보스토크 기지에서 기온 측정이 개시된 이래 3월 기온으로는 최고치다.
보스토크 기지에서 해안 방향으로 약 560㎞ 떨어진 콩코르디아 연구 기지도 최근 기온이 영하 12.2℃까지 올랐다. 기존까지 이 기지의 3월 최고 기온은 영하 48.7℃였다.



미 위스콘신 대학 남극 연구자인 린다 켈러와 맷 라자라는 이런 고온이 남극의 여름인 1월이 아니라, 가을로 접어들어 기온이 내려가는 3월에 관측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르노블대 소속 극지방 기후 연구자 조너선 윌레 박사도 "이번 사태는 완전히 전례 없는 일이고, 남극 기후 시스템에 대한 예상을 뒤집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온 현상의 원인으로 최근 남극 동부 지역에 나타난 '대기천' 현상을 꼽았다.
대기천은 대량의 수증기가 대기 중에서 강처럼 긴 띠 형태로 움직이는 현상이다.
분석 결과, 이 대기천이 남극 동남부 해안 지대에 지난 15일께 상륙해 호우를 쏟아냈으며, 이로 인해 인근의 빙하가 녹아 대륙 안쪽까지 습기가 퍼졌다.
마침 이례적으로 강력한 열돔 현상이 나타나 이런 습기가 다른 곳으로 퍼져 해소되지 못한 채 남극 동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열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월레 박사는 상대적으로 따듯한 공기가 남극 대륙 내부를 지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과 같은 규모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기후 위기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기후 위기에 따른 지구적 고온 현상이 이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스콘신 대학 연구진도 "이번 사태가 새롭게 등장하는 기후 경향이 될 것인지, 단순히 남극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에 불과한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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