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락' 홍콩증시에서 중학개미 3월에만 1천800억원 순매수
1년만에 순매수 규모 1억달러 넘어…항셍ETF에 투자 집중
전문가들 "해소되지 않은 리스크 많아 보수적 접근 필요"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홍콩 증시가 3월 들어 급락 후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심화하자 중국·홍콩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중학개미'들이 1년 만에 대량 매수에 나섰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홍콩 주식을 1억4천440만달러(약 1천753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작년 5월 이후 작년 9월(5천798만달러)과 올해 1월(2천487만달러)을 제외하고 줄곧 월 단위로 순매도해왔다.
월 단위 순매수 규모가 1억달러를 넘은 것은 2021년 2월(1억5천309만달러·약 1천858억원)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특히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는 홍콩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탔던 14∼18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에 올랐다. 이 상품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0개로 구성된 홍콩H지수를 추종한다.
이 기간 항셍 차이나 ETF(1억6천940만달러) 순매수액은 테슬라(1억4천492만달러), 애플(1억1천425만달러),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5천947만달러)를 제쳤다.
중학개미들은 이 기간 알리바바(356만달러), 텐센트(247만달러) 등에도 투자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매수 전환은 홍콩 증시가 최근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락하자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콩H지수는 미국과 중국의 규제 갈등과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등의 여파로 3월 들어 15일까지 23.7% 급락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6,123.94까지 떨어졌다. 홍콩 증시 대표지수인 항셍지수도 15일까지 18.9% 떨어졌다.
류허 중국 부총리가 자본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자 홍콩H지수는 16일 12.50%, 17일 7.52% 급등했고, 항셍지수는 16일 9.08%, 17일 7.04%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현재 가격 면에서 매력이 있는 지점이지만, 해소되지 않은 리스크가 많다며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은 중장기로 지속될 것"이라며 "본토 증시 급락이 나타나자 정부가 시장 개입을 시작한 점,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홍콩 증시에 대해 보수적인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으나 본토 실물 경기와 기업 이익은 회복되고 있고, H지수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은 역사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면서 "이런 요인이 상충하면서 당분간 H지수는 변동성 장세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H지수와 연계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기업들의 디스카운트(할인)도 빠르게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거나 중국 경기 모멘텀이 부각될 때 홍콩 증시의 복원 강도는 주변국과 본토 증시를 상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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