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국 이중국적자 석방은 인도주의 차원…채무와는 무관"
영국의 6천500억원 채무 상환은 '우연 일치' 주장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이 최근 자국 내 수감 중이던 영국-이란 이중국적자들을 석방한 것과 관련해 인도주의 차원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와 아누셰 아수리의 석방은 영국의 오래된 빚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들의 석방은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내린 결정이며, 인도주의적 요소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영국이 43년 전 이란에 갚지 못한 4억 파운드(약 6천500억원) 규모 빚 문제를 해결했다고 확인했다.
현지 언론은 오만에 있는 이란 중앙은행 계좌로 이 돈이 송금됐다고 전했다.
이란 사법부는 전날 자가리-랫클리프 등 영국-이란 이중국적자 2명의 석방을 발표하면서 "수감자들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건부 석방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인과 결혼한 자가리-랫클리프는 2016년 4월 두돌이 안 된 딸과 함께 친정 가족을 만나러 이란을 방문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영국 자선단체 톰슨로이터재단의 프로젝트 매니저였으나 재단 측은 그가 이란에서 일을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정권을 '조용히 전복'하려는 계획을 짜 안보를 위협한 혐의가 인정돼 2017년 1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자가리-랫클리프는 지난해 3월 형을 마쳤으나 이란 사법부는 다른 혐의로 그를 기소해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아수리는 2017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도운 혐의 등으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에빈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영국의 부채는 1979년 이슬람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영국이 이란 팔레비 왕정과 맺은 전차 도입 계약과 관련해 발생했다.
1976년 당시 팔레비 왕정이 영국 전차 1천500대를 사기로 계약하고 대금을 지급했지만, 185대만 인도되고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나자 영국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
이란은 꾸준히 영국에 미인도분에 대한 대금을 환급하라고 요구했고, 2002년 영국 법원에 이 돈이 공탁됐지만, 이란으로 송금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4억 파운드 규모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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