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중동 산유국 방문해 "에너지 시장 안정 위해 협력해야"
카슈끄지 살해 사건 후 서방 정상으로는 두번째로 사우디 방문

(런던·테헤란=연합뉴스) 최윤정 이승민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중동 산유국을 찾았지만 증산 약속을 받지는 못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시간 45분 동안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고 난 뒤 기자들로부터 증산 합의를 했냐는 질문을 받고는 "사우디와 얘기해봐라"라며 "사우디도 국제 석유·가스 시장 안정을 보장할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사우디 정부 발표문에도 증산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존슨 총리는 앞서 UAE 실세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회담 후 낸 성명에서는 "세계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사우디와 UAE는 이런 노력에 있어서 핵심적인 국제 파트너"라며 "우리는 이들과 함께 중동의 안보 보장과 세계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는 세계가 러시아 석유와 가스 의존에서 벗어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줄을 끊고 그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사우디와 UAE는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 중 원유 증산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로 평가된다.
사우디와 UAE는 현재 하루 1천3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 회원국이기도 한 이 두 국가는 그간 합의한 양 이상의 증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사우디와 UAE를 포함한 OPEC+는 지난해 8월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존슨 총리의 사우디 방문은 영국 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 대응이 급하다고 해서 반체제 인사 탄압, 대규모 사형 집행 등의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눈감아주냐는 것이다.
존슨 총리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서방 정상으로서는 두번째로 사우디를 방문했다.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홍해 연안 도시 제다에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했다.
존슨 총리는 사우디의 인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서는 최대한 폭넓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회담 후 "전임 총리들이 가끔 그랬듯이 나도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면서도 "이런 대화의 세부 내용은 사적으로 두는 것이 가장 좋고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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