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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변화하는 독일…재무장 선언하고 무기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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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변화하는 독일…재무장 선언하고 무기도 지원
EU 이끄는 경제강국에서 군사강국으로…'지정학적 강자' 역할 시사
우크라·러 평화협상 중재…피란민 수용에도 적극 나서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럽 최강국인 독일의 위상 변화가 주목된다.
독일은 2차 대전 패전국으로서 자체 군사력 증강을 자제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 안보에 의존해왔다. 그러면서 독일은 경제 발전에 주력함으로써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으로 유럽에서 '신냉전'이 촉발되면서 독일은 사실상 재무장을 선언하고 지정학적 강자로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27일 독일 국방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후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유럽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소극적인 대응으로 나토 전선의 '약한 고리'로 평가받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자 태도가 급변했다.
전쟁 발발 이후 독일 정부는 대전차 무기 1천 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 '스팅어 미사일'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독일이 이전에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한 것은 군용헬멧 5천 개가 전부였다.
우크라이나는 대공 방위 시스템 등 무기 공급을 요청했으나 독일은 분쟁지역으로 살상 무기를 보내는 것은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보류해왔다.
독일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받았을 때도 미국, 영국, 폴란드 등과 달리 군사적 지원을 거부했다. 또 제3국에서 우크라이나로 가는 독일제 무기 이전을 막기도 했다.
그러나 개전 후 독일은 네덜란드와 에스토니아가 독일제 및 구동독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는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독일의 오랜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독일은 군비증강에도 즉각 착수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군 현대화를 위해 올해 특별 연방군 기금을 설립, 1천억 유로(약 135조 원)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해마다 독일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2% 이상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나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은 국방비로 GDP의 1.53%를 쓴 것으로 추산된다.
숄츠 총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독일 안보에 대한 투자를 훨씬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재무장 기조에 때맞춰 독일 정부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F-35'를 최대 35대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자, 독일은 다음 날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트르 스트림-2' 가스관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2대 교역국인 동시에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은 러시아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천연가스의 절반, 석유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그간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해 금융·첨단 기술 등 분야에서 EU 제재에 동참했지만, 에너지 분야만큼은 줄곧 제재에 반대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의 주력 산업인 에너지 부문을 제재하자 독일 내부서도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포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종전을 위한 협상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4차례에 걸쳐 진행된 가운데 독일의 평화 중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숄츠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숄츠 총리는 개전 이후 푸틴 대통령과 수 차례 통화하면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외교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을 3국이 공동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14일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평화 중재 방안을 논의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지난 10일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중재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과 연계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사장을 맡은 슈뢰더 전 총리는 최근 러시아 가스기업 가스프롬 이사로도 지명됐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난민 문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뒤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EU 국가로 넘어간 난민이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접국인 폴란드에 100만명, 루마니아에 50만명, 몰도바에 10만명 이상 유입돼 이들 국가의 수용 능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이들 국가에서 난민을 대량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수도 베를린에는 매일 1만5천명가량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도착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몰도바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 2천500명도 직접 데려올 계획이다.
독일은 2015~2016년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대거 유입될 당시 100만명 이상을 받아들였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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