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수도 길목 '죽음의 공방'…키이우 외곽 시가전 격화
NYT, 격전지 이르핀 소개…우크라, 다리 끊고 결사항전
양측 온종일 포격…민간인, 공포 질려 황급히 키이우로 피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도시 경계를 맞대고 있는 소도시 '이르핀'에서 격렬한 시가전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러시아군이 이르핀을 차지하는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키이우 저지선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방위대'가 전선을 사수하기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르핀은 키이우의 북서쪽 경계와 맞대고 있다. '이르핀 강'이 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군은 이 강을 건너는 교량을 모두 폭파했다. 러시아군 탱크의 진격을 늦추려는 목적이다.
최근 NYT 1면에 실린 참혹한 일가족 시신 사진은 바로 이곳 이르핀에서 촬영됐다. 당시 이들은 키이우로 피신하려다 러시아군의 포격에 참변을 당했다.
NYT에 따르면 이르핀의 주요 도로는 3개다. 우크라이나는 '단결로'를, 러시아군은 '대학로'를 차지한 상태다. '중앙로'는 양측의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은 주요 요충지에 진을 치고 교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우크라이나군의 한 병사가 한 주유소 매점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며 "2주 전만 해도 격전지가 될 거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곳"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군은 이날 온종일 포 공격을 주고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이 다연장 로켓포 10여 발을 한꺼번에 발사하고, 러시아군의 보복 포격과 폭발음도 반복해서 들려왔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이르핀이 키이우와 시 경계를 맞대고 있어서 이런 포성이 키이우 도심에서도 끊임없이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인들은 이르핀에서 집을 떠나 황급히 키이우로 피신하고 있다.
교량이 폭파된 데다, 고령자가 많아 대피 행렬의 진행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피란민이 콘크리트 잔해 사이에 놓인 널빤지를 위태롭게 건너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다리 앞에는 버려진 차들의 행렬이 거의 1㎞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운전석이 열린 채 버려진 한 자동차에는 '어린이'라고 인쇄된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또 다른 버려진 차량에는 앞 유리에 총알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르핀은 키이우로 향하는 요충지 2곳 중 하나다. 다른 곳은 키이우 동쪽에서 시 경계를 맞대고 있는 '브로바리'다. 이 도시에서도 격렬한 시가전이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고속도로에 들어선 러시아 탱크 행렬이 우크라이나 군의 매복 공격에 괴멸당하는 장면이 브로바리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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