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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난민 노린 인신매매·성범죄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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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크라 국경에선] 난민 노린 인신매매·성범죄 우려 커져
난민 쉼터에 '무료 차편 제공' 주의 안내문…궁박한 난민 처지 악용 우려
'숙소 제공' 미끼 폴란드서 19세 난민 여성 성폭행 사건도



(프셰미실[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거쳐 가는 폴란드 국경도시 프셰미실의 주요 난민 쉼터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운전사와 셀피를 찍어라. 혹시 거부하면 그와 함께 가지 마라', '차에 타기 전에 차량 번호판과 운전사 관련 정보를 다른 가족 구성원과 공유하라'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무료 교통수단을 제공하겠다는 이들의 제안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라는 취지의 안내 문구다.
폴란드를 비롯한 인접국으로 넘어온 우크라이나 난민 중에는 유럽에 가족이나 친·인척, 지인 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겐 무엇보다 연고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긴요하다.
현재 폴란드 당국은 우크라이나 여권 소지자에 대해 기차·버스 등의 대중교통 수단을 무상으로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인접국으로 넘어가는 교통수단에서도 마찬가지 혜택을 준다.
하지만 워낙 많은 난민이 넘어온 터라 원하는 시기에 좌석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 교통수단을 제공하겠다는 온정의 손길은 이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하다.
프셰미실 중앙역과 주요 쉼터에는 행선지를 적은 팻말을 든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폴란드인은 물론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 온 외국인도 많다.
상당수는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폴란드 국경까지 달려왔을 테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난민에게 차편을 제공한 뒤 돈을 요구하거나 난민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내는 일도 있다고 한다.
프셰미실 중앙역에서 난민 지원 자원봉사를 하는 카샤(25) 씨는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가려내기는 어렵다. 다만, 난민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에 무상 교통수단 이용 시 조심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렇다 할 연고 없이 무작정 국경을 넘은 난민의 곤궁한 처지를 악용한 각종 흉악범죄 혹은 인신매매 범죄 위험도 커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넘어오는 난민의 거의 절대다수가 여성과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이미 관련 범죄가 보고된 사례도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폴란드 서남부 도시 브로츨라프에서는 무상으로 교통수단과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호의를 내보이며 19세 나이의 우크라이나 여성 난민을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체포됐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폴란드로 들어오는 주요 관문 가운데 하나인 메디카 국경검문소 앞에서는 여성과 아이들만 골라 밴 차량에 태우려던 한 남성이 현장 관계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숙소를 제공하는 대가로 난민에게 청소나 아이 돌봄 등과 같은 일을 시키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노동 착취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도 급증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둘러싼 위험 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난민기구 공보책임자 정아 게디니 윌리엄스 씨는 "사실상 우크라이나발 모든 난민이 여성과 아이인 상황에서 인신매매와 관련한 잠재적 위험뿐만 아니라 성 착취·학대 등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12일 현재 우크라이나발 난민 수가 26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160만 명이 폴란드로 향했다.
이어 루마니아 38만 명, 헝가리 23만 명, 체코 20만 명, 슬로바키아 18만 명 등으로 집계됐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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