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동남아 찾은 러 관광객 수천명 발묶여…카드도 끊겨(종합)
태국, 귀국 차질 빚는 러·우크라인 도움 제공 콜센터 푸껫 개소
(방콕·자카르타=연합뉴스) 김남권 성혜미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항공편 취소로 태국과 인도네시아 발리 등 동남아시아에 발이 묶인 러시아 관광객이 수 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현금인출기와 신용카드 사용까지 중단되면서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10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네이션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약 7천명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광객들이 각종 국제사회 제재와 항공편 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관광청(TAT)은 전날부터 관광지 푸껫에 콜센터를 설치, 귀국이 여의치 않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광객들의 도움 요청에 응하고 있다.
난타시리 론라시리 TAT 푸껫 지사장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러시아 국적항공사 두 곳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약 2천200명의 러시아 관광객이 귀국하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고 설명했다.
방콕포스트는 러시아 관광객 3천500∼4천명, 우크라이나 관광객 300∼400명이 현재 푸껫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평균 10일가량의 일정으로 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타시리 지사장은 "유타삭 수파손 TAT 청장이 귀국에 차질을 빚는 양국 관광객들의 숙소와 송금 문제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푸껫과 다른 지역에 콜센터를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푸껫을 찾은 러시아 관광객들의 수도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고 있다.
침공 사태 이전에 푸껫을 찾은 해외 관광객 중 러시아인이 가장 많았다.
푸껫관광협회 뿌미킷티 락태응암 회장은 항공편 취소로 인해 러시아 관광객 25∼30%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뿌미킷티 회장은 "대러 제재가 추가되면 관광객 감소 숫자는 더 증가할 것"이라며 인도 등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광객에게 추가 비용 없이 비자를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관광객을 위해 임시 보호소 제공 등 인도적 지원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관광지 발리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인 관광객들도 곤혹스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포스트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리에는 1천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관광 목적 또는 '디지털 노마드족'으로 체류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족은 회사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 없이 인터넷과 노트북, 스마트폰만으로 일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발리의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현금인출이 불가능해진 데 이어 이날부터 비자와 마스터 신용카드 사용까지 끊기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국제사회가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했고, 러시아 은행들이 발급한 비자와 마스터 카드 국외 사용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발리에 살면서 다른 나라 회사의 그래픽 디자인 일을 하는 러시아인 엘레나(36)는 "카드 사용이 끊기기 전에 최대한 현금을 인출했지만, 여기서 계속 살려면 현금을 송금받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엘레나를 포함해 발리의 러시아인들은 가상화폐 사용을 알아보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에 있는 가족이 가상화폐를 인도네시아 계좌로 보내면 발리에서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발리의 러시아인들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가고 있으나, 장·단기체류비자와 현지 납세번호(NPWP) 등 계좌 개설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발리의 폴댄스 스튜디오 원장은 "본래 러시아 수강생이 많았는데 금융 제재 때문에 갑자기 그만둔 사례가 속출했다"며 "러시아인들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발리에서 어떻게 계속 살지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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