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80개 기업규제 즉시 폐지하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유턴기업 세금감면 확대…'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신산업-주력산업 지원
노동이사제 민간 확대에는 제동…중소기업 고려해 52시간제 탄력화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0일 최종 당선되면서 각종 기업 정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경제성장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라며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기업 활동을 제약해 온 80여개 규제를 즉시 폐지하고, 최소 규제 방식으로 규제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반도체·배터리·미래차 산업에 대한 지원 강화와 함께 성장 잠재력이 큰 벤처기업과 유망 신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공약했다.
아울러 해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이전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확대와 함께 중소기업을 고려한 주52시간제의 탄력화 추진 등도 약속했다.
◇ 새 정부 출범 즉시 규제 80여개 폐지…유망 신산업 집중 지원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대대적 규제 혁신을 강조해 온 윤 후보의 당선으로 우선 기업규제 체제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사회 변화에 뒤처진 대표적인 기업 규제 80여개를 새 정부 출범 즉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폐지 대상 규제 리스트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제단체들이 그간 기업의 성장과 투자 활동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해 온 규제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적용 방식도 현행 '포지티브 방식'(법·정책에서 허용하는 것 이외에는 모두 불허하는 규제)에서 '네거티브 방식'(법·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으로의 전환이 추진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16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전체적인 규제의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생각"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국민 안전과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네거티브 행위 규제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래 신산업에 대한 새 지원책도 나올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신사업 공약으로 '유니콘기업' 50여개를 육성해 '세계 3대 유니콘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는 쏘카와 당근마켓, 직방 등 총 18개사가 있다.
인공지능(AI)과 문화콘텐츠, 헬스케어, 금융 등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 개혁과 재정 지원을 통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유망 사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유턴기업에 세금혜택 확대…반도체·이차전지·배터리 산업도 지원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정책도 추진된다. 특히 리쇼어링 정책의 일환으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했다가 국내로 다시 복귀하는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해외 사업장 양도·폐쇄 후 2년 안에 국내 사업장을 신·증설해야 유턴 기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윤 당선인은 이 시한을 3년으로 늘려 세금감면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으면 5년간 100%, 2년간 50%의 세액(소득세·법인세)을 감면받을 수 있는데 윤 당선인은 이에 더해 보조금 확대와 파격적인 감세 조치 등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 분야에선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에 발맞춰 연구개발(R&D)·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기술 인력 10만명 양성, 전력·공업용수 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반도체 초강대국'을 이룩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산업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미래차·이차전지·바이오 등 신산업 부문에서도 세제지원 확대가 추진되고 원자력과 배터리, 태양광, 수소 기술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정부 차원의 투자 지원 확대가 예상된다.
◇ 노동이사제 민간 확대는 제동…주52시간제 탄력화 추진도
대선 기간 내내 경제계에서 화두가 됐던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는 윤 후보의 당선으로 민간 분야로의 확대 적용에는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의 대표가 기업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올해 1월 국회에서 의결됐다.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 뒤인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민간분야 확대까지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달리 윤 당선인은 노동이사제를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하고 이후 실효성과 부작용을 검토한 뒤 민간분야 확대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이 중소기업 정책의 일환으로 제시한 현행 주 52시간제의 탄력화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와 근로자 간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와 탄력근로의 단위 기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해 총 근로시간은 유지하되 작업량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이와 함께 중견기업 R&D 세액공제 25%로 확대, 납품단가 제도 개선, 중소기업 가업승계 제도 요건 완화 등의 공약도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는 규제 문제와 법인세 등 조세정책에서 비교적 기업에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 과반수 의석수를 보유한 민주당과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실현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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