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정교회 수장 '현대판 십자군론' 주장…교황과 대립
총대주교 "우크라, 죄짓는 서방에 충성…인류문명 위기"
교황 "죽음·고통 씨뿌리는 전쟁…박해받는 우크라 지원하라"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종교적 신념을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고 나섰다.
모스크바타임스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키릴 총대주교는 일요일인 전날 강론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국가의 성소수자 권익 지지를 죄악으로 규정하며 러시아가 일으킨 이번 전쟁이 '현대판 십자군 전쟁'이라는 태도를 내비쳤다.
키릴 총대주교는 '게이 프라이드'(성소수자 권익 증진)를 지지하는 곳과 반대하는 곳 가운데 하느님의 인간성이 어느 쪽에 머물지를 둘러싼 분쟁이라고 이번 사태를 규정했다.
그는 "프라이드 행진은 죄가 인간 행동의 한 변화된 형태라는 점을 펼쳐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며 "그런 나라들의 집단(서방)에 합류하려면 프라이드 행진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죄를 하느님 율법을 위반하는 게 아니라고 받아들이면, (다시 말해) 인류가 죄를 인간 행동의 한 변형으로 받아들이면 인간의 문명은 거기에서 끝장난다"고 주장했다.
프라이드 행진은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성전환자, 퀴어 등 성소수자를 사회적으로 포용하자는 취지로 개최하는 연례행사다.
키릴 총대주교는 프라이드 행진이 서방국가에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한 시험대로서 우크라이나를 갈라놓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2014년부터 계속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 운동을 두고 "돈바스에 존재하는 것들을 파괴하기 위한 시도가 8년 동안 진행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세계 강호를 자처하는 국가들이 오늘날 제의하고 있는 이른바 가치라는 것들을 돈바스는 근본적으로 거부했다"며 "그런 요구를 거부하는 사람이나 국가는 세계의 일부가 아닌 이방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정교회는 러시아에 터를 잡은 기독교의 한 종파로서 동방정교회에서 최대 교세를 자랑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정교회가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세속(종교 중립성)을 지향함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후 정권 입장을 추종해 비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스위크는 키릴 총대주교의 입장이 같은 기독교인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명시적으로 비판했다.
교황은 지난 6일 베드로 광장 주일 강론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피와 눈물의 강이 흐른다"며 "이는 군사작전이 아니라 죽음, 파괴, 고통의 씨를 뿌리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황은 우크라이나를 순교자처럼 박해받는 국가로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달라고 다른 나라들에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성소수자가 배척받아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교황은 2016년 기자들을 만나 "한 사람이 선한 의지를 지니고 하느님을 찾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며 이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동성 커플의 결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2020년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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