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국내 금융시장 '흔들'…주식·원화·채권 '트리플 약세'
코스피 2.29%·코스닥지수 2.16% 급락…원/달러 환율 1,220원 돌파
3년 만기 국채 금리 7.4bp↑…"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안전자산' 금값 2.71%↑, 19개월만에 최고…불안 과도하다는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
주식·원화·채권 등의 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으며 안전자산인 금값은 급등했다.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보수적인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
◇ 코스피 2.29%·코스닥지수 2.16% 급락…원화·채권 등 '트리플 약세'
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2.12포인트(2.29%) 내린 2,651.3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881.54로 마감해 19.42포인트(2.16%) 떨어졌다.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하락해 전 거래일 대비 2.56% 하락한 2,644.10까지 저점을 낮췄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2.50% 내린 878.45까지 밀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과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6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장중 139.13달러까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130.50달러까지 각각 뛰어오르며 13년여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의 가중은 경기 불안까지 유발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까지 번졌다.
아울러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급등한 1,227.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22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20년 6월 2일(1,225.4원) 이후 1년 9개월만이다.
국고채 금리는 단기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뜻한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4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288%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2.707%로 4.9bp 상승했다.
반면 대표적 실물 안전자산인 금값은 뛰어올랐다. KRX 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71% 오른 7만6천960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20년 8월 11일(7만7천170원) 이후 최고치다.
조용구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오후 들어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가 심화하고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신흥국 자산의 전반적인 약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스태그플레이션 등 유의"…"보수적 대응" 권고
증권가에서는 러시아의 디폴트 리스크와 스태그플레이션 관련 이슈 등을 향후 변수로 꼽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 제재까지 확정될 경우 디폴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유로존 시스템의 리스크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며 특히 금융 섹터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선행지수가 뚜렷이 둔화하는 등 경기 둔화 위험(리스크)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우리가 고유가 상황에 가장 취약한 국가임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상황은 부담스러운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대응을 권고하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이 정점을 통과하지 않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확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매수보다는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 연구원은 "과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고 성장률 전망치가 둔화하는 구간에서 주식과 채권의 실질 수익률은 하락하고 금·원자재·리츠 등의 상대 수익률은 상승했다"면서 원자재 관련 업종과 통신·음식료 등 방어주 중심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현재 주식시장의 불안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주식시장은 상상 가능한 각종 리스크를 반영 중인데 '러시아·나토 간 전면전' 등 극단적 상상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며 "공급망 차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신호, 노동 공급의 확대 등 펀더멘털(기초여건)의 변화를 고려할 시 코스피 2,600대에서는 분할매수 대응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황의 반등 가능성과 2분기부터 본격화될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전염병) 국면에 따른 내수 경기 호조는 국내 경기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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