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무너진 '제로 로코나'…과밀 사회·낮은 접종률
[※편집자 주: 홍콩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출현 이후 확진자 폭증으로 사회 기능이 마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2년간 누적 확진자가 약 1만2천명이었으나 올해 들어 불과 두 달 만에 40만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홍콩의 코로나19 창궐 과정과 현재 상황을 3편의 기사로 정리합니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과 함께 무너졌다.
확진자가 한두 명 발생할 때마다 바이러스 '완전 섬멸'에 나섰던 인구 740만명의 홍콩에서 현재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만 명씩 나오고 있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3일 기준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는 17.8명으로 세계 1위다.

◇ 좁은 아파트·과밀 사회…낮은 백신 접종률
홍콩에서는 지난해 12월 31일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 지역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의 출현에 놀란 홍콩 정부는 곧바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미국, 영국 등 당시 오미크론이 확산한 나라에서 오는 여객기도 모두 막았다.
오후 6시 이후 식당 내 식사 금지, 유흥시설 폐쇄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등교수업이 중단됐고 공무원을 시작으로 많은 분야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2월 10일부터는 공공장소에서 3인 이상 모임 금지와 함께 사적인 장소에서도 세 가족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방역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12.82~24.06㎡(3.87~7.27평)짜리 초소형 아파트가 즐비하고, 가사도우미까지 여러 명이 66.11㎡(20평)보다 작은 공간에 모여 사는 가정이 많은 과밀 사회에서 오미크론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1월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발본색원하겠다며 확진자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 대한 검사를 몇 회씩 진행했지만, 오미크론은 그보다 빨리 퍼졌다.
그 와중에 햄스터가 델타 변이의 감염원으로 지목되면서 2천 마리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올해 2월 1일) 연휴를 거치면서 확진자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했다. 2월 초100명대였던 신규 확진자가 이달 2일부터는 5만명을 넘어섰다.
낮은 백신 접종률도 사태를 키웠다.
홍콩은 작년 2월 말부터 충분한 물량 속에 화이자와 중국 백신인 시노백 두 종류의 백신을 접종했으나 홍콩인들이 접종을 꺼리면서 도중에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화이자 백신을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에 기부해야 했다.
2019년 반정부 시위 이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젊은 층은 백신 접종은 물론이고 출입 QR코드조차 찍으려 하지 않았고, 노년층은 홍콩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없어 감염 위험이 적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접종을 거부했다.
그 결과 작년 12월까지 1차 이상 백신 접종률이 80%에 미치지 못했고, 80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률은 지난달까지도 30%를 넘지 못했다.
홍콩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와 함께 시작한 이번 5차 확산의 사망자 대부분이 백신 미접종자라고 밝혔다. 최근 연일 하루 100명 넘게 코로나19로 숨지고 있다.

◇ 한계 넘어서자 '제로 코로나' 속수무책
'제로 코로나' 정책은 모든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병원이나 격리 시설에 보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감염자가 폭증하자 제로 코로나 방역은 유명무실해졌다. 통제할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넘어서자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급변한 것이다.
병실 부족 속 구급차에 실려 온 감염자들이 추운 병원 바깥에서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몇 시간씩 대기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어쩔 수 없이 자택 격리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수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자택 격리 또한 현실이 고려되지 않은 졸속 대처였음이 드러났다.
주거 공간이 좁은 탓에 자택 격리는 곧 많은 경우 가족의 추가 확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까지 야기했다.
작은 집을 여러 개의 공간으로 다시 쪼개 세를 놓는 '쪽방'과 몸을 누일 침대만 있는 '닭장 집' 거주자들은 집에 다른 가족과 분리되는 공간이 없어 옥상이나 길거리로 내몰리기도 했다.
확진된 외국인 입주 가사도우미를 자동차에 재우거나 고용 계약을 바로 해지하고 길거리로 쫓아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또 영안실도 부족해 당국은 냉동차와 냉동 컨테이너를 동원해 시신을 임시 보관하기 시작했다.
의료 인력 부족 속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제때 교체하지 못해 환자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이번 5차 유행은 홍콩의 주거 환경의 특수성 속에서 홍콩의 의료 체계 규모로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 수준을 넘지 않은 경우에만 초강력 제로 코로나 방역이 통하는 것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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