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국민 해외 대피 금지"…대규모 민가 수색도 진행
"해외 자국민 상황 열악…상황 개선될 때까지 조치 유지"
탈레반식 질서 구축에 박차…"수색서 무기 압수·범죄자 체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자국민의 해외 대피를 당분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수도 카불 등에서는 대규모 민가 수색도 진행했다. 지난해 8월 재집권 후 6개월이 지나면서 탈레반식 질서 유지와 체제 구축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국민의 해외 대피를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장차 아프간을 떠나려는 가족은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자국을 떠난 아프간인들의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이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번 조치에 앞서 카타르와 터키 등에 있는 아프간인 수천 명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프간을 탈출한 이들이 해외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자국민이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정부 붕괴 후 아프간을 탈출한 이들 대부분은 재산을 두고 몸만 겨우 빠져나온 바람에 해외 난민 캠프 등에서 힘겹게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지금까지 여권과 비자 등 적절한 서류가 있는 경우 자국민의 출국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 등 서방에 협력한 이들 수천 명의 경우는 관련 서류가 없어도 출국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의 이번 결정에는 전문 인력의 추가 유출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의 재집권을 전후해 교수, 의료진, 언론인, 기술자, 기업인 등 전문인력이 강압적 통치를 우려해 대거 탈출했다.
이로 인해 대원 대부분이 문맹인 탈레반은 국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 정부 고등교육부는 이달 초 해외로 떠난 대학 교수·강사들은 아프간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아프간은 수십 년간 내전이 계속되면서 정부 재정 자립 능력이 사실상 고갈됐는데 탈레반 재집권 후 만성적인 외화 부족이 더 심해지며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상태다.
한편, 탈레반은 지난 25일부터 카불 등의 민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다.
탈레반은 주민이 숨겨둔 무기와 범죄자를 색출하기 위해 집마다 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로켓 발사기, 수류탄 등 수백 개의 무기가 압수됐다고 말했다.
수색 과정에서 총탄 6만여발, 장갑차 13대, 화약 등 폭발물 13t도 발견됐다.
또 납치범 9명, 이슬람국가(IS) 대원 6명, 절도범 53명도 체포됐다고 탈레반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수색이 거칠게 이뤄지면서 일부 주민이 불만을 드러냈다.
한 주민은 AFP통신에 "그들(탈레반)이 들이닥쳤을 때 집에는 내 조카만 있는 상태였다"며 그들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탈레반의 수색으로 뒤죽박죽이 된 집의 모습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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