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협상 결렬 속 전역에서 교전…민간인 피해도 속출
"키예프 30㎞ 떨어진 곳까지 러시아군 접근"…우크라군 필사의 저항
"병참 어려움 겹친 러군 진군속도 둔화"…젤렌스키는 '항전 영상' 공개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교전이 이어졌다.
민간시설 피해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측의 타격이 컸지만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완강한 저항과 병참의 어려움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진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협상 움직임은 수포로 돌아갔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직접 찍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항전을 다짐했다.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중심가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벌어졌고, 시내 곳곳에서 격렬한 시가전 소리가 들렸다.
미국과 영국 정보 당국에 따르면 상당한 규모의 러시아군이 키예프 중심으로부터 약 30㎞ 떨어진 곳까지 진격한 것으로 관측됐다. 일부 소규모 러시아 부대는 키예프 시내까지 진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주변에 집결했던 러시아 군대의 50% 이상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했다.
키예프에서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야간 통금이 오는 28일까지로 연장된 가운데 교량, 학교, 주거지 등 민간시설이 동·남·북쪽으로부터 폭격과 미사일 공격을 받아 피해가 속출했다.
키예프 시내에서는 공항 근처 고층아파트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대파됐으며 수많은 키예프 시민들은 지하실이나 지하 주차장, 지하철역 등에서 밤을 새웠다.
키예프로 통하는 고속도로 곳곳에는 검문소가 설치돼 군복 차림의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 복장의 남성들이 총을 든 채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침공 이후 198명이 숨지고, 1천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키예프뿐만 아니라 서쪽으로는 흑해 연안의 오데사에서 동쪽으로는 아조프해 항구도시 마리우폴 너머에 이르기까지 해안 지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A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친러 반군들이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진군을 계속해 이전에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던 도시들을 점령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포격으로 민간인 19명이 사망하고 7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군사 인프라 시설 821곳을 파괴했다. 여기엔 14곳의 비행장, 19곳의 지휘소와 통신소, 48곳의 레이더 기지 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공중 및 해상 발사 순항미사일로 우크라이나군 인프라를 정밀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 전투기, 헬기, 탱크, 다연장포, 소형 함정 등도 다수 파괴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전과'를 강조하는 러시아 측 설명과는 달리 전국적으로 러시아군의 진격이 둔화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진군 속도는 아마도 병참의 어려움과 우크라이나군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일시적으로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도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성공적이고, 러시아가 지난 24시간 동안 결정적 계기를 만들지 못하며 특히 북쪽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매우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혔고, 이에 따라 주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군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고, 지금까지 약 3천500명의 러시아 군인이 죽거나 다쳤다고 집계했다.
대통령실 참모는 "우리는 키예프 인근에서 적을 타격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적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협상 움직임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무산됐다. 이날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오늘 낮 작전 계획에 따른 러시아군의 진격이 재개됐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새벽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을 통해 자신이 수도 키예프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항전을 다짐했다.
키예프 중심가 대통령 관저 건물을 배경으로 찍은 이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밤사이 우리가 무기를 버리고 항복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거나 탈출했다는 가짜 뉴스가 엄청나게 퍼지고 있지만 나는 여기에 있다. 우리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며 조국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log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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