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전직 외교관의 딸을 참수해 살해한 파키스탄 남성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25일(현지시간)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지방 법원은 전날 부유층 가문 출신이자 파키스탄계 미국 국적자인 자히르 자페르(30)에 대해 누르 무카담(27)을 성폭행하고 참수 살인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공범으로 지목된 자페르 집안 정원사 잔 무함마드, 경비원 무함마드 이프티카르에게는 각각 10년형을 내렸다.
이에 누르의 아버지인 샤우카트 알리 무카담은 "정의가 실현돼 기쁘다"며 "이번 판결은 내 딸뿐 아니라 파키스탄의 모든 딸과 관련한 문제였다"고 말했다.
샤우카트는 한국, 카자흐스탄 등에서 대사를 역임한 외교관 출신이다.
앞서 누르는 지난해 7월 이슬라마바드 부유층 주거지에서 머리가 잘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자페르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기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자페르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누르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후 이틀간 감금하고 흉기를 사용해 심하게 폭행했다. 누르는 자페르의 청혼을 거절한 후 잔인하게 공격당했다.
누르는 이 과정에서 탈출을 시도했으나 정원사 등이 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언론과 국민은 큰 관심을 보였다.
시골이나 하층민 주거지가 아닌 상류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이처럼 끔찍한 범죄가 발생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누르에게 정의를'(#JusticeForNoor)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범인을 규탄하고 보수적인 사회 문화에 대해 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카라치, 이슬라마바드 등 대도시에서는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범인을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국교가 이슬람교인 파키스탄에서는 보수적이며 편향된 여성관이 사회 곳곳을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성별 격차를 지수화한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에서 지난해 156개 나라 가운데 153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차별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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