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학살사건, ICJ 사법권 벗어나면 미얀마 군부 통제불능"
감비아 "사법권 없다는 미얀마 군부 주장 기각돼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국제법정이 로힝야 학살 사건을 다룰 수 없다는 미얀마 쿠데타 군사정권의 주장을 감비아가 정면으로 반박했다.
외신에 따르면 로힝야 학살 소송의 원고인 감비아 정부는 23일(현지시간)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감비아측 대표인 다우다 잴로우 법무장관은 "우리는 로힝야족의 권리만이 아니라 제노사이드 협약의 국가 당사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노사이드(genocide)는 대량살육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탄압 하에 인종청소와 민족 말살까지 동반한 반인류적 범죄를 의미한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 합의는 유엔이 1948년 채택한 '제노사이드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Genocide Convention)에 정리돼 있다.
잴로우 장관은 "제노사이드 협약 위반은 우리의 공동체적 양심의 오점이며, 우리 일이 아니라는 체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ICJ는 미얀마의 쓸모없는 이의 제기를 기각하고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감비아가 로힝야족 학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미얀마 군정의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는 누구의 대리인도 아니다"라며 "이는 감비아와 미얀마 사이의 분쟁"이라고 반박했다.
감비아측 변호인인 폴 라이슬러는 지난해 발생한 미얀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들이 로힝야족에 대한 잔학행위의 배후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라이슬러는 "그들이 ICJ의 사법권을 벗어난다면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되고,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와 궁극적 파괴 행위에 대한 통제도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미얀마 군정 대표들은 이번 소송은 ICJ 규정에 언급된 국가간 분쟁이 아닌 만큼, ICJ는 이번 소송에 대한 사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소송을 실제로 제기한 쪽은 이슬람협력기구(OIC)이며, 감비아는 OIC를 대신해 돕고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무슬림계 소수 로힝야족 일부가 종교 탄압 등에 반발해 경찰 초소를 습격한 이후 정부군의 대대적인 토벌 작전이 전개됐다.
당시 정부군은 도처에서 성폭행, 학살, 방화를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수천 명이 숨지는 한편 70만명이 넘는 난민이 이웃한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이후 2019년 11월 아프리카 이슬람국 감비아가 미얀마 정부가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면서 ICJ에 제소함으로써 로힝야족 문제는 국제사회 심판대에 올랐다.
ICJ가 이번 소송에 대한 사법권이 있는 지 결정하기까지는 수 개월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ICJ가 미얀마 군정의 이의제기를 기각하고 재판을 진행한다면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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