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 불만에 중국 '900만원 입출금 보고' 유예
알리페이 개인계좌 상거래 금지도 유예
시진핑 장기집권 시대 열 20차 당대회 앞두고 여론에 민감 반응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국민들의 현금 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중국 중앙은행의 시도가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여론의 반발에 밀려 유예됐다.
23일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최근 공고에서 내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현금 입출금 제한 조처를 '잠정 유예'한다고 밝혔다.
서 인민은행은 돈세탁 방지 명분을 내걸고 5만 위안(약 940만원) 이상의 현금을 찾거나 입금하려는 사람은 은행에 용처 또는 자금출처를 밝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발표하고 3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인민은행은 보도자료에서 금융기관들이 새 제도 시행에 앞서 전산시스템 정비와 내부규정 개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연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해당 규제를 발표한 이후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경제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불만이 크게 형성됐다.
웨이보(微博)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보기 드물게 정부 비판성 발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비록 돈을 입출금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공안, 검찰 등 사법 기관만이 자금의 원천과 용도를 조사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앙은행의 여론 무마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입출금) 한도는 과잉 감시에 관한 대중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며 "중국이 사생활 침해 우려 속에서 새 돈세탁 방지 규정을 연기했다"고 지적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 끝에 인민은행이 현금 거래 억제 정책을 일단 '유예'한 것은 사회주의 중국에서 당국과 국민 사이에 정책 방향을 두고 나름의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의 문을 열 중대 정치 행사인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민심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시 주석이 선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유산인 최고 지도자 10년 임기제를 깨는 과감한 행보에 나선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어떤 분야가 됐든 시 주석 개인이나 그를 핵심으로 한 당·국가 지도부에 관한 불만이 표출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금 입출금 제한 조치 외에도 당국은 알리페이 등 전자결제 시스템의 개인 계정을 이용한 상업 거래를 억제하려던 계획도 일부 보류했다.
중국지급결제협회는 22일 밤 발표한 공고에서 3월 1일 이후에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개인 계정을 이용한 상업용 수금이 계속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초 중국 당국은 장사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내달부터 알리페이 등의 개인 계정을 통해 고객에게서 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반드시 사업자 계정을 통해서만 돈을 받도록 요구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크게 일었다.
중국에서 널리 쓰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원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개인용 계정과 관련 서류를 제출해 만들 수 있는 상업용 계정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노점상을 포함한 많은 자영업자나 중소 업체들은 사업용이 아닌 개인 계정으로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개인 계정으로 돈이 오가면 당국으로서는 해당 돈이 물품 거래에 관한 것인지, 상업 거래와 무관한 개인 간의 거래인지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개인 계정이 아닌 사업계 계정을 통해서만 거래를 하도록 한 것은 국민들이 전통시장에서 장 보는 것과 같은 소소한 상업 거래까지 파악하는 빅데이터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자영업자와 중소 상공인들 등 영세 사업자의 매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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