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도 전에 영상 찍었다고?'…우크라반군 가짜유포 의혹 증폭
친러 반군 공개한 영상, 잇단 진위 논란…美, 러 관영매체 행태에도 화살
러 매체 '공격받았다' 보도후 우크라 부인 반복…"푸틴 정보전에 악용돼"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 지역의 친러시아 진영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 고조를 위해 가짜 영상을 유포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 정부가 수립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지난 18일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영상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폴란드어를 쓰는 공작원이 지난 11일 DPR 내 한 지역의 화학물질 탱크를 폭파하려고 총격과 포격을 가하는 장면이 담겼다.
DPR 측은 공작원들이 사살됐는데, 시신에서 이 비디오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NN 분석 결과 이 영상의 메타데이터는 DPR가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한 날보다 3일 앞선 지난 8일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에 사용된 일부 이미지와 클립 파일은 2021년에 생성됐음을 시사하는 것들이 있었고, 심지어 핀란드에서 발생한 폭발 및 총격 영상과 똑같은 제목의 파일도 있었다.
DPR가 공개한 영상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AP통신은 DPR가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정부군 위협 때문에 주민을 러시아로 대피시켰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상에 대해 대피 시점보다 이틀 전에 촬영된 영상임을 확인했다며 가짜일 가능성을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영상 공개는 물론 우크라이나의 선제공격으로 위장한 자작극을 벌이고 이를 러시아 관영 매체를 통해 유포한다고 비난해 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 매체가 우크라이나 측의 도발을 먼저 보도하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를 부인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군이 친러시아 반군 통제 지역인 루간스크주에 박격포와 수류탄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자신들이 공격받았지만 대응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1일에도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군이 이날 오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 미탸킨스카야 마을 인근에서 국경을 넘으려던 우크라이나 정찰대원 5명을 사살했다고 전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허위정보를 찾아내는 기술기업인 '뉴스가드'가 러시아 관영매체들에 의해 전파되는 가장 일반적인 거짓 보도 3가지를 식별했다고도 보도했다.
이는 ▲서방이 2014년 우크라이나를 전복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정치인은 나치 이념에 지배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인들이 인종학살에 시달려 왔다는 내용이라는 게 뉴스가드의 설명이다.
악시오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부에 종종 비판적인 언론 환경에 직면한 것과 달리 푸틴 대통령이 관영 매체를 지닌 것은 정보전에서 비대칭적인 우위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예정에 없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해 러시아 정부 통제를 받는 언론이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전쟁을 정당화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대중의 분노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악시오스는 러시아의 허위정보 유포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초작업을 제공한다면서 러시아는 안팎에서 관영 언론을 무기화하는 민첩성을 시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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