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길 녹색경영] ② ESG는 생존 전략…국내 기업들 현주소는
삼성·LG·SK·현대차, 탄소중립 박차…건설·조선업계도 친환경 경영
사회공헌 강화·지배구조 개선…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도 ESG 활발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기업이 수익 극대화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시대에서 이제는 환경과 사회 등 '주위'를 둘러보며 함께 걷는 시대가 됐다.
대표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근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사회적 가치 실현, 투명성 개선을 위한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1~2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출 상위 300대 기업의 ESG 담당자 중 81.4%는 작년 대비 올해 ESG 사업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 친환경 경영 속도…최우선 목표는 탄소 감축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ESG 강화 움직임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20년부터 미국·유럽·중국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또 수원·기흥·평택사업장 등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지난해 도입된 '녹색 프리미엄' 입찰에 참여하며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는 중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서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과 가전제품에 재활용 소재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LG그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계열사별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설비 효율화, 재생 에너지 도입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월 국내 배터리 기업 중 처음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가입했고, LG전자와 LG화학도 RE10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에 걸쳐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K가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2035년 전후로 SK의 탄소 누적 배출량과 감축량이 상쇄되는 '탄소발자국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 SK가 발생시킨 누적 탄소량이 4억5천만t(톤)인데 이만큼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작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에서 2045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차량 운행, 공급망(협력사), 사업장(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75% 줄이고 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CCUS) 등을 도입해 2045년까지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전 모델을 수소·배터리 전기차로 전환할 방침이다.
건설업계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신사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차세대 초소형모듈원자로(MMR)와 이산화탄소 자원화, 폐플라스틱 및 암모니아 활용 청정수소 생산, 폐기물 소각과 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전환 및 정부의 친환경 정책 확대에 발맞춰 포스코그룹이 추진하는 수소 500만t 생산 인프라 구축, 신재생 발전, 수처리·폐기물 사업 등 친환경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조선업계는 친환경 선박 개발 등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선박인 메탄올 추진선과 암모니아, 수소, 전기 선박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024년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고, 대우조선해양도 2020년 영국 로이드 선급에서 2만3천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 승인을 획득했다.
◇ 사회공헌 강화·지배구조 개선도 '진행형'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이 친환경(E)에 집중돼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사회(S)·지배구조(G) 부문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부에 별도 독립조직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 감시를 강화하고 있고, 또 이사회 산하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두고 윤리경영과 노동인권, 기후변화 등 회사의 ESG 경영 전반을 감독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으로는 청소년·청년 대상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스타트업 육성을 돕는 C랩 아웃사이드, 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협력회사 지원을 위한 상생펀드 등을 운영 중이다.
LG그룹도 지난해 지주사 ㈜LG를 비롯해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ESG 경영 전반을 담당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ESG 경영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그룹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는 LG 의인상이 있다. 사회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취지로, 지난해까지 총 169명의 의인을 선정해 지원했다.
SK그룹은 지배구조 혁신을 위해 이사회의 역할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K 각 이사회는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 CEO(최고경영자) 후보 추천과 평가, 보상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SK는 2030년 30조원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19년부터는 주요 관계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매년 측정해 발표 중이다.
◇ 애플·구글·아마존…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ESG '총력'
ESG 경영 흐름을 선도하며 주목받는 글로벌 기업은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이다.
애플은 2030년까지 제조 공급망과 제품의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기업 활동 전반에서 탄소중립 10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하에 미국 내 최대 규모 배터리 프로젝트인 '캘리포니아 플랫'을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 플랫은 240㎿h(메가와트시) 규모의 에너지 저장 프로젝트로, 완공될 경우 하루 동안 7천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애플은 더 나아가 독일, 중국, 미국, 한국 등 전 세계 110개 이상의 협력업체들과 함께 애플 제품 생산 과정에서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340만대의 내연기관차를 없애는 것과 동일한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2008년 탄소중립을 발표한 데 이어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SEforALL'과 협력해 '탈탄소 에너지(CFE) 콤팩트'를 추진하고 있다.
탈탄소 에너지 콤팩트는 완전히 탈탄소화된 전력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한 협약으로 에너지 공급업체와 정부, 솔루션 제공업체, 투자자 등 모든 에너지 시스템 이해관계자의 가입을 유도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 구글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의 열을 식히기 위해 대용량의 물이 필요한 만큼 2030년까지 사용한 물의 120%를 자연으로 되돌리고, 사무실과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의 식수 보호 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2030년까지 배송과 수송의 50%를 탄소 중립화하겠다며 다양한 저탄소 운송 수단 개발과 활용에 나서고 있다.
2019년 전기차 제조업체인 리비안에 배달용 전기차 10만여대 제작을 주문한 아마존은 택배 배달에 올해까지 1만대, 2030년까지 10만대의 전기차를 도입한다는 목표다.
아마존은 지난해 6월까지 232개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에 투자했으며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장 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100%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곳곳의 데이터 센터에 '순환센터'를 구축하고 폐기 예정인 서버의 부품을 재활용하며 전자 폐기물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폐기된 서버와 하드웨어 부품을 자사의 서버 부품 장치에 재사용하는 등 서버 수명 주기를 연장해 2025년까지 서버 부품 재사용률을 90%까지 높일 예정이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는 풍력과 태양열을 활용한 전력으로 운영되는 해저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나틱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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