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전쟁위기에 '생이별' 우크라이나 돈바스 주민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버스에 탄 딸은 창에 작은 하트를 그리고 밖에 있는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면서 작별 인사를 합니다.
창유리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손을 마주하자 눈물을 참으려는 듯 이내 질끈 눈을 감아버립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는 18일(현지시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돈바스 지역으로 불리는 이곳은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친러시아 반군이 통제하는 곳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17일부터 이곳에서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예고편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분위기입니다.
상황이 위태로워지자 이곳을 장악한 반군은 여성과 어린이, 노약자부터 가까운 러시아로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19일 총동원령을 내려 병력을 소집하고 있습니다.
루간스크주 반군 지도부는 18∼55세 남성은 외부로 대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장에 군인으로 나갈 수 있는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에 남고 나머지 가족은 러시아로 가는 피란 버스에 오르는 생이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 시작점은 돈바스가 될 것으로 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을 벌이게 되는 셈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날 이별이 잠시가 아닌 영원한 이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돈바스 지역은 2014년부터 8년째 정부군과 친러 반군이 사실상 내전을 이어오고 있고 그동안 사망자만 1만명이 훌쩍 넘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이미 전쟁과 함께 일상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전쟁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익숙해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공포와 슬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버스를 타고 떠나는 이도,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는 이도 굳은 표정을 숨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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