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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결산] ⑤한복·판정논란에 더 멀어진 韓中 국민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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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결산] ⑤한복·판정논란에 더 멀어진 韓中 국민감정
사드 이후 누적된 국내 반중정서-중국내 반한감정 '충돌'
유사상황 재발 가능…"한중관계에서 얻을 이익에 영향줘선 안돼"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불거진 개회식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판정 관련 갈등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4일 개회식 한복 등장 논란에 이어 6일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에 따른 한국 선수 2명의 실격이 중국 선수들의 결승 진출로 연결되면서 한국 내 반중 감정이 확산했다. 그러자 올림픽 계기에 '애국주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 중국에서도 날카로운 반한 목소리들이 SNS 등에서 넘쳐났다.
개회식때 56개 민족 의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한복이 조선족의 복식으로 등장한 사실과 판정의 전권을 가진 제3국 국적 심판장의 문제 등 이성적 논쟁을 위해 짚고 넘어갔어야 할 요소들은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묻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전혀 다른 두 가지 사안(한복과 판정)이 뒤섞이면서 상대국에 대한 혐오 정서가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그 중간에 주한중국대사관이 심판 판정 논란과 관련해 한국 정치인과 언론을 비판하는 입장을 내면서 국내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일은 이번에 돌출된 갈등이라기보다는 그간 켜켜이 쌓인 상대국에 대한 양 국민 간의 부정적 정서가 올림픽 계기에 터져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 강도를 비교하자면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중국 내 반한 정서에 비해 더 넓고 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치 체제가 다른 중국이 강대국으로 급부상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인들 사이에 생긴 경계심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과 관련한 중국의 대 한국 경제 보복과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을 거치며 혐오와 반감으로 변했고, 그와 비례해 중국 내 반한 감정도 커진 양상이다. 근년 들어 중국에서 김치 기원을 주장한 것도 영향을 준 듯 보인다.
작년부터 정부 간에는 교류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민간의 정서는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 즉 정부 간 한중관계와 민간 한중관계의 극심한 불균형 속에 이번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한복과 판정 논란과 관련, 양국 정부는 공히 가급적 '확전'을 피하려 자제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민간의 감정 악화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번과 같은 민간발 갈등을 일회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체제가 다른 두 나라의 국익 충돌로 발생하는 정치적 갈등과는 결이 다른 민간에서의 갈등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고, 그것이 양국 관계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교육과 문화 영역을 뒤덮고 있는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애국주의 드라이브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인화력이 강한 문화 이슈에서 한중간에 수시로 논쟁이 격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교육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중국이 강대국으로 급성장하는 시절만 경험한 링링허우(零零後·2000년 이후 출생자) 세대와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갑질'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한국 젊은 세대들의 감정은 조그만 자극에도 불붙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더욱이 코로나19와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은 한한령의 여파 속에 양국 간 인적교류와 문화교류가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은 상대국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 폭을 넓힐 기회를 좁히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 등 중장기적 해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정부와 정치권의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국익이 걸린 문제에서 중국에 당당히 할 말은 하되, 민간의 감정 악화가 다른 호혜적 협력이 필요한 영역에까지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한권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은 국내 젊은 층의 감성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주변 상황과 장기적 틀을 감안해가며 한중관계를 관리하고 국익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문화적 충돌로 인해 장기적으로 한중관계가 손상됨으로써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손상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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