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탈모약 부작용 드물고 효과는 샴푸보다 훨씬 커
서울대병원 권오상 교수, "탈모엔 건강한 생활습관 중요"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탈모로 남몰래 고민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 문제로 병원을 찾는 이들은 흔치 않다. 탈모를 질병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탓이다. 주변에 쉽게 털어놓기 힘들어 혼자서 끙끙 앓다가 엉뚱한 예방·치료법을 선택하는 일도 잦다.
권오상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를 아예 막을 수는 없지만 조기에 관리를 시작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어느 정도 예방과 완화가 가능하다고 19일 말했다.
특히, 필요할 경우 적기에 탈모약을 먹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 유분기 많아지고 뒷머리보다 정수리 모발 얇으면 탈모 의심
대부분의 인체 부위 피부에는 모낭이 있고 여기서 솜털(vellus hair)이 나지만, 머리카락이나 수염, 그리고 외음부에 나는 털처럼 굵고 긴 털인 성모(terminal hair)도 있다.
이 중 많은 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탈모는 두피에 있는 성모가 빠지는 것을 가리키며,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자가면역에 문제가 발생해 생기는 원형 탈모, 출산·수술 후 생기는 휴지기 탈모 등으로 분류된다.
보통 하루에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빠질 때 탈모가 시작됐다고 의심해볼 수 있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머리카락이 얼마나 빠지는지 일일이 헤아려 매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권 교수는 탈모 자가 진단법으로 자신의 헤어라인을 유심히 관찰하는 방법을 권했다. 헤어라인이 예전보다 점점 위로 올라가게 되면 탈모를 의심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형 탈모의 대표적 증상인 M자형 탈모의 진행 상황을 가늠하려면 양쪽 귀를 잇는 가상의 선을 생각하고, 이 선에서 2cm 이내로 M자 헤어라인의 가장 끝부분이 접근하는지 관찰해보면 된다.
사진 촬영이나 거울을 이용해 뒤통수 쪽 모발 밀도와 앞머리, 정수리 쪽 모발의 굵기를 비교해보는 방법도 유용하다.
권 교수는 "앞머리, 뒷머리, 옆머리, 정수리 쪽 모발의 밀도는 정상인도 차이가 조금 있지만 굵기는 차이가 없다"며 "탈모가 진행되면 모발이 가늘어지므로 양손으로 만져보고 카메라로 찍어 정수리나 앞머리 쪽 모발이 다른 부분보다 가느다란지 확인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모가 시작되면 모낭은 작아지고 피지선이 커지기 때문에 피지 분비량이 늘어난다"며 "평소보다 머리에 기름기가 잘 낀다는 느낌이 있다면 탈모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부작용으로 탈모약 꺼리는데…"1∼2% 불과하고 한 달 내 사라져"
탈모는 크게 보면 가족력과 노화, 그리고 남성 호르몬의 하나인 다이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인해 유발된다.
유전에 따른 가족력과 불가피한 노화는 현대 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탈모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현재로서는 DHT의 생성 과정을 조절하는 탈모약을 복용하는 것이라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탈모약에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조언했다.
탈모약을 복용하면 체내 호르몬 밸런스가 변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부작용 발생률은 전체 환자의 1∼2% 정도에 불과하며, 이 중 대부분은 한 달 내에 증상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탈모약을 복용하면 체내 호르몬 밸런스가 변하지만 바뀐 환경에 몸이 금방 적응한다"며 "성욕 감퇴, 발기 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복용 첫 달 바로 나타나고 그 이후에 대부분 증상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부작용이 걱정돼 탈모약 복용을 하지 않는다는 분도 있는데 약을 안 먹고는 한번 진행된 탈모를 막을 수 없다. 게다가, (탈모약을 복용하고도) 걱정하는 증상이 없는 환자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작용으로 인해 탈모약 복용을 중단한다면 발모제 처방 등 다른 방법으로도 치료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흡연과 체중 과다·과소는 탈모 가속화
권 교수는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도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 여부에 따라 탈모 진행 속도와 양상에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흡연과 체중 과다·과소는 탈모를 가속한다"며 "몸무게가 너무 많이 늘어도, 줄어도 탈모가 생긴다. 표준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머리 감기는 두피의 청결을 유지하는 수준 정도가 적당하다. 머리를 자주 감는다고 머리가 더 많이 빠지는 게 아닌 만큼 자신의 피부 상태와 나이에 맞게 횟수를 조절해야 한다.
그는 "사춘기 청소년의 경우 땀도 많고 피지 분비도 많아 하루에 두 번 머리를 감아도 머리에 금방 유분기가 돌지만 50, 60대는 피지 분비가 적고 피부도 건조해 2, 3일 머리를 감지 않아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탈모방지샴푸는 두피 상태 개선에 보조적인 효과를 내는 정도라고 권 교수는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탈모방지샴푸는 지루성 피부염, 피지 분비량 개선 등의 효과 정도(가 있을 뿐)"라며 샴푸는 어쨌든 씻어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해도 두피나 모발에 남는 성분은 크게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복용이 10 정도의 효과를 낸다면 탈모방지샴푸는 1∼2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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