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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유럽정상 속속 불러들인 푸틴…국제무대 '센터'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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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유럽정상 속속 불러들인 푸틴…국제무대 '센터' 과시
유럽 '쌍두마차' 마크롱·숄츠, 차례로 푸틴과 대좌
푸틴, 우크라 위기 국면 속 국제무대서 연일 센터 '조명'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공격 버튼을 손에 쥔 채 유럽 주요국 정상을 자신의 안방으로 속속 불러들이며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모스크바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3시간가량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긴장 해소 등 현안을 논의했다.
그는 숄츠 총리에 앞서 지난 7일에는 크렘린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유럽연합(EU)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의 정상이 전염성이 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 국면에서도 모스크바로 직접 날아가 차례로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와 관련, 서방 지도자들이 전쟁을 피하기 위해 외교전에 뛰어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중을 듣고자 줄을 서는 모양새가 됐다고 15일(현지시간) 짚었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쥐고 있는 만큼 푸틴은 대러시아 제재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볼 이유가 크게 없는 반면, 전쟁 위기 앞에서 좌불안석인 유럽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부산하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 최근 전화 통화를 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앞서 이탈리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지난 달 이탈리아-러시아 양국 경제 협력 증진을 명분으로 푸틴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 국면 속에 연일 '센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말 취임 이후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대좌한 숄츠 총리는 1주일여 전 마크롱 대통령처럼 6m에 달하는 기다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푸틴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모두 러시아측의 유전자증폭(PCR) 테스트를 거부했고, 러시아 측은 '거리두기'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이처럼 긴 테이블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FP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이례적으로 긴 테이블 자체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국제 정치 전문가들은 본다고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정치 분석가들은 서방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는 푸틴 대통령의 모습은 그가 동떨어져 있고, 고립된 인물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는 신경쓰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숄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서 병력 일부를 철수했다는 '깜짝 소식'을 발표했다.
숄츠 총리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소식을 "좋은 신호"라고 평가하면서 외교적 해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세대에게 유럽에서의 전쟁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됐다"며 "나라와 정부의 수반으로서 유럽에서의 전쟁을 막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역설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전에서 초반에는 존재감이 없었던 숄츠 총리가 이날은 "그답지 않게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태를 풀기 위한 러시아와 서방의 직접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영토와 주권은 '타협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알렉세이 나발리 등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직접 거론하는 등 강경한 발언도 가미했다.
숄츠 총리는 그러나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를 거론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지대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미국의 공언처럼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시 '노르트 스트림-2'가 중단될 것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독일은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긴밀하고,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터라 숄츠 총리는 그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강경책을 따르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와 우방의 비판을 받아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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