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아프리카 상아 밀수망 추적해보니…"겨우 3개 조직 소행"
美연구진, 4천320마리 샘플·밀수 자료 분석…"당국, 유통망 핵심 잡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코끼리 상아 밀거래에는 누가 뛰어들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참여할까.
대부분 밀수가 3개 정도의 거대 범죄 조직 소행이라는 연구결과가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r)에 14일(현지시간) 발표됐다고 AP·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대학이 주축이 된 연구진은 세계 각국의 해운 기록, 밀수업체의 통화·거래 내역 등 자료와 함께 2002∼2019년 밀렵된 4천320마리 코끼리의 상아 샘플에서 DNA를 분석해 불법 유통 경로를 역추적했다.
연구진은 암컷이 평생 가족 무리를 떠나지 않고, 수컷 역시 무리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는 이동하지 않는 코끼리 특성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상아 DNA상 친족으로 분석되는 코끼리들은 같은 시기·지역에서 특정한 하나의 조직이 밀렵해 유통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토대로 각국 당국이 확보한 밀수업체의 자료를 조합해 불법 유통망을 분석한 결과, 수십 년 간 아프리카 상아 밀거래가 극소수 거대 범죄 조직의 소행으로 귀결됐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공동 저자인 미 워싱턴대학 연구원 사무엘 바서는 "상아 물류의 상당량을 극소수 초국적 범죄조직이 수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면서 3개 정도 조직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했다.
바서는 이같은 혐의를 받은 조직 가운데 두 곳이 최근 검거됐다고 덧붙였다.
공동 저자인 미 국토안보부 특별 요원 존 브라운 3세는 이전까지 각국 당국이 상아 불법 밀수 현장을 잡더라도, 배후에 놓인 조직을 알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연구가 개별 단속 사례들을 연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서도 이번 연구로 아프리카 각국 단속 당국이 말단 밀렵꾼이 아니라 유통망 핵심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수십 년 간 아프리카의 코끼리 개체 수는 급감했다.
아프리카에서 100년 전 500만 마리 수준이던 개체 수는 1979년 130만 마리가량으로 줄었으며, 현재는 약 41만5천 마리뿐이다.
상아 산업이 코끼리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에 1989년 세계적으로 상아 거래가 금지됐지만, 감소 추세를 막진 못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500t가량 밀렵당한 상아가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데, 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이를 들여오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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