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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우주망원경, 관측이 이론을 이끄는 천문학 시대 만들 것"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 손상모 수석연구원 인터뷰
"10∼20년내 L2로 로봇 보내면 망원경 수명 더 연장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지금까지 천문학은 이론이 관측을 이끌고 발전시키는 시대였습니다. 앞으로는 웹 우주망원경으로 인해 관측이 이론을 이끄는 시대로 전환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합니다."
지난해 12월 25일 우주로 올라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웹 우주망원경)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손상모 미국 우주망원경연구소(STScI) 수석연구원은 15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런 전망을 밝혔다.
손 수석연구원은 "(1990년부터 가동된) 허블 우주망원경은 현대 천문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웹 우주망원경의 영향력은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천문학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우주의 모습이나 현상이 관측되면 이를 설명할 이론이 새로 정립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9년부터 STScl에서 우주망원경 운영·개발과 천문학·천체물리 분야 연구를 수행 중이다.
현재 그는 웹 우주망원경의 거울 정렬(mirror alignment)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웹 우주망원경의 거울은 벌집 모양으로 붙어 있는 18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울 정렬'은 이 조각들을 정밀하게 움직여 마치 직경 6.5m 짜리 하나의 거울처럼 작동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가 일하는 STScl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거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 운영을 실질적으로 맡는 우주망원경 특화연구소다. 지난 30여년간 허블 우주망원경 운영을 책임졌고 웹 우주망원경 발사 후 모든 운영도 STScl이 관리하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팀에서 일하다 2019년 웹 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합류한 손 수석연구원은 웹 우주망원경 발사 당시 순간에 대해 "인생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오전이었는데 성탄 선물을 받은 우리 집 두 아이보다 제가 더 신이 나 있는 상태였다"고 떠올렸다.
손 수석연구원은 "웹 우주망원경이 지난달 25일 목표 궤도인 제2라그랑주점'(L2)에 도착했을 때 연구원이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에 휩싸였었다"며 "현재는 다시 차분해진 상태로 나머지 준비 과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STScl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웹 우주망원경은 태양전지판, 태양차단막, 거울 전개 등을 성공적으로 마쳐, 안정적인 관측이 이뤄지기 전의 중요한 고비는 넘긴 상태다.
그는 "웹 우주망원경은 거울 정렬 과정을 수행하느라 한참 분주하다"며 "각각의 조각 거울 뒷면에는 10나노미터(nm) 단위의 정밀도로 미세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고 매우 복잡한 작업이라 3개월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웹 우주망원경이 발사 후 매우 순조로운 과정을 밟고 있지만, 이는 그간 수많은 어려움과 장애를 여러 차례 극복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발사가 연기될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컸고 새로운 발사 날짜가 발표되면 모든 팀이 그 날짜에 맞춰 다시 계획을 짜야 해 정신적 피로도 극심했다고 그는 전했다.

손 수석연구원은 "발사 이후에는 발사를 포함해 L2 지점까지 웹 우주망원경이 날아가는 동안 344개의 단일 장애점(구성 요소 중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가 중단되는 요소)이 있었다"며 "단계별 과정이 성공할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팀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웹 우주망원경이 철저한 준비를 거쳐 하늘로 올라간 만큼 기대 이상으로 수명이 늘고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웹 우주망원경이 완벽에 가깝게 목표 궤도에 진입한 덕분에 연료를 최대한 아꼈고 최근에 계산해보니 예상 수명이 20년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망원경에 자세 조정에 필요한 반작용 휠(reaction wheel)도 3개 필요한데 고장에 대비해 6개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직 희망을 품기는 이르지만, NASA에서 10∼20년내 L2궤도에 로봇을 보내 웹 망원경의 수명을 더 연장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망원경 개발이 순수 과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을 창조해냈다며 우주과학, 천문학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주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아닌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누구나 구체적인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됐다"며 "웹 우주망원경은 앞으로 20년 이상 인류의 우주에 대한 지식을 한없이 확장하는 도구로 쓰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ki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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