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밀 대방출…바이든, '정보전 달인' 푸틴에 되치기중"
NYT, 미 우크라 전략 소개…크림반도 시행착오 뒤 각성
"계획 방해·외교시간 벌기…전쟁빌미 없애 대러 강경대응 세몰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 뒤 미국과 러시아의 정보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보전에 능숙한 러시아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 미국도 과거와 차별화되는 공격적 첩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얘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 정부의 기밀정보 공개가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공격 자작극'을 벌이려고 공작원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를 공격하는 가짜 비디오를 만들어 유포할 계획을 세운다는 정보도 공개했다.
러시아의 침공 시점이 이달 16일이 될 것이라는 설도 미국이 동맹국들에 제시한 정보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미 정보당국이 기밀을 해제한 정보는 언론, 국방부, 국무부 대변인 등의 입을 통해 확인돼 공개됐다.
이 같은 일련의 첩보 공세는 뚜렷한 전략적 이유가 있다는 게 NYT의 해설이다.
일단 푸틴 대통령의 계획을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실행에 지장을 주고 우크라이나 시기를 늦춰 외교를 위한 시간을 번다는 것이다.
아울러 침공 때문에 떠안게 될 각종 비용을 다시 계산할 시간적 여유를 푸틴 대통령에게 주는 의미도 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러시아의 침공 정당화를 어렵게 해 국제사회 입지를 좁힘으로써 대러 강경대응 토대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첩보전 되치기'를 꺼내는 데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 겪은 시행착오가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당시 미국 정보당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동향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설명했다.
에밀리 혼 국가안보회의(NCS) 대변인은 "특히 2014년부터 러시아가 전반적인 안보와 군사장치 일환으로 정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아울러 그 공간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어떻게 차단해야 하는지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동향과 관련한 기밀을 무더기로 해제하는 데에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성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역시 러시아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밀을 공개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러시아 활동을 더 잘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정보기관이 갖고 있다면 정보원이나 수집 과정을 밝히지 않는 한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원칙을 설명했다.
미국은 과거 잘못된 첩보 때문에 세계사에 두드러지는 흑역사를 쓴 적도 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정보에 기반해 전쟁 당위성을 주장했었지만 나중에 그 정보가 허위로 판명됐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이번 상황은 다르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접경지를 둘러싼 러시아의 병력 증강이 위성사진에서 확인되는 등 객관적 정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도 침공 임박설에 대한 정보의 정확성이 이라크전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전날 브리핑에서 강조했다.
당국자들은 2003년 이라크 사태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동기가 각각 전쟁 개시와 억제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이런 정보전이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너무 많은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대해 서방이 조직적인 허위정보 공세를 펼쳐 인위적인 긴장을 키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에서 정보브리핑을 담당했던 베스 새너는 "내 추측으로는 이러한 정보 공개에 크렘린궁과 보안 기관은 기겁했을 것"이라며 "더 중요하게는 푸틴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히고 그가 두 번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첩보를 파격적으로 공개하되 정보전에 능수능란한 러시아가 대응할 단서를 주지 않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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