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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팬데믹 속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단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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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팬데믹 속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단수 일주일
변압기 고장에 펌프로 보내는 수돗물 끊겨…물의 소중함과 시스템 중요성 새삼 느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를 포함한 하우텡주 일부 지역의 물 공급이 지난 일주일 가까이 끊겼다.
랜드 워터 회사라는 곳의 변압기 고장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상수도 공급용 저수지 펌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장기 단수의 원인이었다.
기자가 사는 동네도 주초부터 수돗물이 나오지 않다가 주말인 11일에야 겨우 물 공급이 불안정하게나마 재개됐다.
일주일 동안 수돗물 없이 살아보니 물과 상수도 시스템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됐다.
아울러 말로만 듣던 아프리카 생활의 한 단면을 경험한 셈이 됐다.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전 아프리카 하면 물과 전기가 부족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한 남아공 수도에 2년 가까이 살아보니 순환 단전은 종종 주변에서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물은 좀처럼 오래 끊긴 적이 없었다.
이번 단수 초기에는 찬물이 나와야 할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물이 계속 나와 의아했다.
집주인과 단지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계속 뜨거운 물을 쓰면 뜨거운 물을 공급하는 보일러 역할을 하는 기저가 망가진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동안 찬물 공급이 끊기다 보니 수도관에 있던 뜨거운 물만 대신 나왔던 것이다.
황급히 기저를 끄고 그때부터 수돗물을 아예 사용할 수 없었다.
앞서 단수는 길어야 하루나 한나절 정도였는데 일주일 정도 단수가 되니 이만저만한 생활의 불편이 아니었다.
우선 설거지와 화장실 사용이 문제가 됐다.
어찌 됐든 물을 길어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단지와 인접한 골프장 측에서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 가는 것을 허용해줬다. 여기는 자체 대형 물탱크를 갖추고 있었다.
아침과 저녁에 집에 있는 용기를 차에 싣고 물을 받아왔다.
주민들도 저마다 차를 끌고 오거나 골프 카트를 타고 와 버킷과 물통에 가득 물을 담아갔다.
그러나 생활용수로 쓰는 물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침 요즘 스콜처럼 소나기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날이 있어서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대야를 모두 이용해 빗물을 받았다. 지붕에서 흘러 내리는 물은 상대적으로 양이 더 많았다.

이 물로 화장실 이용이나 설거지에 우선 쓰고 따로 받아온 물로 식기는 다시 씻었다.
습관이 무서운 것이 손을 씻거나 싱크대에 가면 무의식적으로 수도꼭지를 틀게 됐다.
무엇보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외출해 돌아오면 손을 씻어야 하는데 물이 부족하니 이것마저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물은 곧 위생이었다.
상대적으로 외교가 등이 위치한 프리토리아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는데 단수를 이렇게 오래 겪어보니 지방 등의 사정은 훨씬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방송에서는 시 당국에서 물탱크를 비치한다고 했는데 현지방송 기자가 점검해보니 물탱크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물이 끊기면 식당, 세차장 등 물을 쓰는 사업장에 당장 영업 차질이 생긴다. 한 가게 주인은 방송에서 물이 없어 물을 사러 나왔다고 호소했다.
10일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SONA)이 있어서 현지 매체들은 이삼일 전부터 SONA에서 점검해야 할 이슈들을 보도하거나 실태를 전했다.

그중 하나가 물 문제였는데 물통들을 연이어 배치해놓고 아무리 수도꼭지를 틀어도 물이 안 나오는 장면이 나왔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SONA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단수 문제 등이 있으면 중앙정부가 개입해서 원활하게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궁이 있는 수도에서조차 물이 며칠 동안 안 나오니 현실감 있게 대책이 다가오지 않았다.
이번 단수 문제도 결국은 전력의 문제였다. 각종 전력난 때문에 물 공급도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독점 국유 전력회사인 에스콤을 분할하고 이번에 단수사태를 톡톡히 겪은 지자체도 에스콤과 계약을 끊고 대체 전력회사를 알아보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처럼 전력이나 물 공급 문제가 터지면 관련자의 책임을 분명히 묻지 않는 것이 고질적으로 서비스 문제를 겪는 한 원인으로 생각됐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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