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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자가격리 규정 없어지면 격리 안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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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자가격리 규정 없어지면 격리 안해도 될까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에는 2주 후면 코로나19 확진자 자가격리 규정까지 폐지되고 코로나19로 인한 법적 의무가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잔뜩 긴장했다가 조금 마음을 놓은 참인데 갑자기 최후의 방어막 같은 확진자 자가격리가 없어진다고 하니 어리둥절한 느낌이다.
물론 3월 24일에 코로나19 방역관련 법의 시효가 끝나면서 확진자 자가격리도 없어질 것이고, 시기가 그보다 이를 수도 있다고 이미 1월 19일에 예고가 되긴 했다.
그렇지만 그건 또 그때 가서 볼 일이었고, 자가격리 조기 폐지와 관련해서 딱히 논의도 없던 상황이었다.
영국에선 통상 코로나19 방역 정책 발표 전에는 미리 언론에 주요 내용이나 정책결정에 바탕이 되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나오곤 했는데 이번엔 '깜짝' 발표에 가까웠다.
그럼 이제는 코로나19에 걸려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평소처럼 출근·등교하고 슈퍼에 가거나 사람을 만나며 일상생활을 계속해도 될까. 영국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서 '자유'를 누리게 될까.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당장 그런 그림이 그려지진 않는다.
영국은 현재 하루 신규 확진자가 아직 6만명대이고 사망자도 하루 평균 200명 정도다.
오미크론 변이는 약하다지만 델타 변이도 함께 돌고 있고, 주변에도 며칠 끙끙 앓았다는 사람들 얘기가 종종 들린다. 왕위 서열 1위 찰스 왕세자도 확진됐다.

영국 정부도 코로나19가 없는 것처럼 지내게 될 것이라고 공약하진 않는다.
총리실은 법적 의무를 권고로 바꾸는 것이고, 독감에 걸렸을 때 출근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조심하듯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방식이라면 실제 느껴지는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적 의무가 없고, 위반 시 벌금이 없고, 정해진 격리 날짜나 규칙 등이 없고 저소득층 지원금은 없지만 코로나19에 걸리고, 격리를 하게 되는 현실은 거의 그대로다.
물론, 코로나19에 걸려도 학교에 보내거나 출근을 하는 선택을 하는 개인들은 있겠지만 아직은 대다수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선 1월 27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폐지됐지만 기차·지하철·슈퍼 등에선 마스크를 쓴 사람이 과반이 넘어 보이고, 의무가 아닌 길거리에서도 종종 보인다.
대중교통, 슈퍼 등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마스크 착용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만 다들 아직 오미크론 변이 유행 상황이 우려되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은 우려 의견을 내고 있다.
킹스칼리지런던대의 전염병학자인 팀 스펙터 교수는 더 타임스에 "충격받았다"며 "이건 과학적 결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영국이 가장 먼저 오미크론 변이를 정복했고, 영국의 부스터샷 정책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정부가 근거로 삼은 데이터는 상당히 논쟁 여지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스펙터 교수는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추적하는 연구 프로그램 조이(Zoe)를 운영하는데, 조이 분석으로는 현재 신규 확진자가 하루 20만명이 넘는다.
그는 존슨 총리의 발표가 무책임한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영국 언론에는 미친 짓, 바보 같은 짓, 도박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집권당인 보수당 인사들이나 일반인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인터넷에는 그저 지긋지긋한 코로나19 규제가 없어져서 좋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일부에선 암환자 등 취약한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다는 의견들에 묻힌다.
영국은 총 확진자가 1천800만명이 넘다 보니 여러차례 걸리거나 가족 내에서 돌아가면서 걸리는 경우도 많아서 그때마다 격리하느라 고충이 많았다.
한편으론 방역이 한국처럼 엄격하지 않다보니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제는 어차피 유명무실하다는 인식까지 있다.
한 달 전부턴 무증상자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고 각자 신속검사를 하는 게 끝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굳이 검사를 안 하거나, 검사 후 양성이 나와도 보고를 안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BBC는 5명 중 1명은 격리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통계청 조사결과를 전하면서 지금도 모두 격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BBC는 그러면서 이번 결정의 의미와 영향에 관해 과대평가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UCL 전염병학자 팀 콜번 교수는 "자가격리 의무가 없어졌다고 모두 자유롭게 아무 데나 바이러스를 뿌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가족, 친구, 동료들을 아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영국이 공중보건에 필요한 방역 조치를 없애고선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에 나섰다고 내세우고, 실제론 국민이 스스로 조심하면서 방역을 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파티 게이트' 위기 탈출을 위해 방역 중단 카드를 던진 존슨 총리의 전략이 유효할 수도 있겠다.
존슨 총리는 봉쇄 중 파티로 방역규정을 위반한 사실을 바꿀 수는 없으니 아예 법을 없애버려서 공격을 무디게 하고, 한 걸음 더 나가서 '위드 코로나'를 치적으로 삼는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존 메이저 전 총리까지 공개적으로 나서서 존슨 총리가 방역 법을 어겼고 영국의 평판이 망가졌다고 질타한 상황에서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방역을 지렛대로 삼아 살아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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