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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압박 무력시위…러시아 노림수는(종합)
벨라루스서 합동 군사훈련…지상·공중·해상 무력 총동원
"전쟁 가능성 심각 위협, 서방 양보 얻어내려"…협상력 강화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그 의도가 주목된다.
러시아군은 10일(현지시간)부터 벨라루스에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한다.
우크라이나의 북쪽과 접경한 벨라루스의 브레스트와 도마노보, 폴란드·리투아니아 접경의 고슈스키 훈련장 등에서 실시되는 이번 훈련에는 러시아군 약 3만 명과 벨라루스군 대부분 부대가 참여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합동 군사훈련이 2월에 열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접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러시아는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주변 지역에서 지상군과 해군, 공군 등을 총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잇달아 벌이고 있다.
벨라루스와 합동 군사훈련에 앞서 지난 5일과 8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장거리 전폭기 Tu-22M3 2대가 벨라루스 공군과 연계해 초계비행 했다.
러시아의 전략 폭격기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도 벨라루스 영공에서 초계비행을 펼치며 위력을 과시했다.



우크라이나 인근의 러시아 남부군관구 소속 포대와 기갑부대 등도 9일부터 훈련에 나섰다.
이 훈련은 남부 볼고그라드주, 스타브로폴주, 체첸공화국 등 8개 지역 15개 훈련장에서 시작됐으며,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 인접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등에서도 훈련이 개시됐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에서는 해병대가 훈련을 벌였다.
러시아 해군은 우크라이나와 접한 흑해와 지중해에서 곧 대규모 해상훈련을 할 예정으로 훈련 해역으로 군함들을 파견하고 있다.
서방은 이번 합동 군사훈련을 통해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전진기지로 사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동유럽에 배치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에 대응한 방어훈련이라면서 훈련이 끝나면 복귀한다고 주장한다.
유럽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한 것이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는 효과와 함께 사실상 벨라루스를 점령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벨라루스 내 군사력 증강은 불행히도 좀 더 영속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 외무장관을 비롯한 유럽 고위 관료들은 러시아 병력이 일단 벨라루스에 배치된 이상 러시아가 철수할 가능성이 없으며 설혹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더라도 나토의 동쪽 측면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일부 유럽의회 의원은 최근 유럽연합(EU)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벨라루스 주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전체 유럽에 대한 위협이며 궁극적으로 벨라루스를 점령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중재 외교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동시다발적인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뉴라인스 인스티튜트의 유라시아 지정학 분석가인 유진 차우소브스키는 "러시아는 전쟁 가능성이 매우 심각하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와 이해를 이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무력시위를 수단으로 서방에 유럽의 안보 질서를 다시 쓰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잇달아 만나 긴장완화 방안을 제의했으며 미국과 러시아 모두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부터 지속해서 서방 측에 안보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안보를 위해 나토가 동진(東進)을 중단해야 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절대 불가하다고 일관되게 요구한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를 요구하면서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군과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무기를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항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나토의 동진 중단은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한다.
그러나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핀란드화' 방안을 거론하는 등 러시아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방식이 협상 의제로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핀란드화란 서방과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가 소련의 대외정책을 추종한 사례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 방안은 우크라이나의 반발로 하루 만에 취소됐지만 언제든 이와 유사한 제안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의 문제를 유럽 당사국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프랑스, 독일이 참여하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에서 유럽 안보 지형을 논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들 4개국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한 후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휴전협정(민스크 협정)을 재확인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후속으로 4개국 정상의 정책보좌관 회의가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다.
songb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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