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유물 사이서 나온 현생인류 치아와 찌르개
'목 좋은' 동굴 번갈아 공유…유럽진출 시점도 1만년 더 앞당겨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프랑스 남부 '론 밸리' 선사 동굴에서 현생인류의 유물이 네안데르탈인 유물 사이에서 발굴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이는 현생 인류가 유럽에 진출하면서 사촌 격인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했다는 기존 가설과 달리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번갈아 가며 살았다는 점을 나타내는 증거로 제시됐다.
이와 함께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와 유럽에 진출한 시점도 약 4만4천년 전에서 5만4천년 전으로 1만 년가량 더 앞당겨졌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랑스 툴루즈대학 고인류학자 루도빅 슬리막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지중해 도시 마르세유에서 북쪽으로 약 140㎞ 떨어진 곳에 있는 선사 동굴 '망드랭'에서 이뤄진 발굴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1990년 처음 발굴된 망드랭은 얕은 동굴로 강한 바람에 쓸려온 인근 강의 모래가 동굴 내에서 층층이 쌓이면서 약 8만년 전까지 선사 유물을 간직하고 있다.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입지여서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가 이용하며 유물을 남기게 된 것으로 추정됐다.
고인류학자들은 이곳에서 30년 넘게 발굴작업을 진행하면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유물 수십만 점을 발굴했다.
유럽 대륙에서 발굴되는 현생인류의 유물이 층서학적으로 모두 네안데르탈인 유물보다 위에서 나온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샌드위치 형태로 현생인류 유물이 출토됐다.
현생인류 유물은 약 5만6천800년 전에서 5만1천700년 전 사이에서 발굴됐는데, 정교하게 다듬은 찌르개(point)와 치아가 현생인류가 살았다는 점을 밝혀주는 증거가 됐다.
창끝으로 사용하던 첨단 찌르개는 약 3천㎞ 떨어진 현재의 레바논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의 유물로 출토돼 같은 석기문화를 가진 현생인류가 지중해를 넘나들었다는 점을 나타내는 증거로 제시됐다.
치아는 모두 9개가 발굴됐는데, 이 중 하나는 미세단층 촬영을 통해 현생인류의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동굴을 비우고 1년 만에 현생인류가 들어와 약 40년을 살았으며, 이후 1만2천 년간 네안데르탈인이 이용하다가 현생인류가 다시 수백 년을 산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에 문화적 교류가 이뤄진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런던자연사박물관의 인류 진화 전문가인 크리스 스트링어는 "망드랭에서 찾아낸 것은 정말로 흥미로우며, 현생인류가 언제, 어떻게 유럽에 도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퍼즐 조각을 제공했다"면서 "현생인류와 유라시아의 화석인류 간의 교차를 이해하는 것은 서로 간의 상호작용과 현생인류만 남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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