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국 대선, 추문·언쟁·모욕으로 얼룩져…역대 최악"
"국내외 중요한 선거지만 정책제시 아닌 영합주의"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내달 9일에 있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선거"라면서도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기사 서두에 유력 대선 후보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토지 개발 비리 스캔들에 휩싸였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자칭 항문침술사와 연관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두 후보의 '드라마'가 가족으로까지 번졌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아내 김혜경 씨의 공무원 사적 지시 논란과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 문제가 있고, 윤 후보는 아내 김건희 씨가 비판적인 언론인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으며 장모는 통장 잔액 증명을 위조한 혐의로 유죄판결 받았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인은 정치 추문에 낯설지 않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권력 남용 혐의로 탄핵당했고 무속인이 정치에 개입됐다는 의혹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대선은 '비호감들의 선거'라고 불릴 만큼 새로운 역대 최악에 도달한 상태"라며 "(두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끝없이 이어져 유권자들은 지쳐가고 있다는 여론 조사가 나온다"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번 대선에서 젠더 논쟁이 '화약고'로 떠오른 가운데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내용에서 미투 피해자의 동기에 의문을 제기한 언급이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김건희 씨는 이 통화에서 여성에게 돈을 주지 않아 성폭력 피해자로 나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WP는 "국민의 힘은 현 정권이 성평등을 추진한 탓에 경제적 기회를 잃었다고 믿는 젊은 남성층을 유인하고 있다"라며 "김건희 씨의 미투 언급이 논란이 된 뒤 온라인 팬클럽이 커졌고 윤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갔다"라고 설명했다.
WP는 또 이 후보와 윤 후보들의 경력과 의혹도 소개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가장 인구가 많은 경기도 도지사 출신으로 처음으로 코로나19 현금지원을 제공하는 등 '해결사'의 면모를 구축했다"며 "'성공한 버니 샌더스가 되고 싶다고 한 적 있고 기본소득을 제안하는 등 좌파 경제정책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의 관리 아래 있는 공적 개발 사업(대장동)에서 소수의 개인 투자자가 이익을 얻어 논란"이라며 "이 스캔들과 관련된 혐의로 조사를 받던 2명의 관계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는 "전직 검찰총장으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도왔고 공격적인 반부패 검사라는 명성을 구축했다"며 "그의 공약에는 규제 완화와 북한에 더 강경한 접근법도 포함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 초보자'로 주요 정책 문제와 심지어 자신의 주요 선거 공약에 유창함을 보여주지 않는 등 선거 기간 여러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WP는 "이번 대선은 국내로는 소득과 성 불평등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하고 국외로는 한국의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래를 형성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두 후보는 실질적인 정책 토론 대신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이나 흡연자 권리의 확대와 같은 정치적 영합만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거물이자 전직 의사"라며 "분열적인 정치로 좌절하는 유권자들에게 중도적 후보로 자신의 위상을 설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운동가로 진보 소수당의 후보"라며 "유일한 여성 후보"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의 한국 정치 전문가인 다르시 드라우트는 "이번 선거는 '둘 중 누가 덜 악한가'하는 틀에 묶여 있어 유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이기더라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이어 한국은 역사적으로 정당 체제가 약해 예전부터 공약보다는 후보 개인의 특징이 대선을 주도한다며 유권자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느끼는 등 이런 정치 체제의 단점이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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