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전문가회의, 군함도 전시내용 보완 요구 안 해
강제노역 설명 불충분 지적 '유네스코 결의' 내용에 배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아 역사왜곡 지적을 받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을 설명하는 전시 내용을 보완하라는 취지의 유네스코 결의와 관련,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등의 이해를 요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일본 전문가들이 조언했다.
이는 전시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 유네스코 결의가 오히려 문제라는 일본 측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7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메이지일본의 산업혁명유산' 관련 전문가 회의를 열어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유네스코 결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 정부는 나가사키(長崎)에 있는 군함도 탄광 등 전국 8개 지역(縣)의 이른바 '메이지일본의 산업혁명유산' 23곳을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조건으로 조선인을 포함한 강제노역 피해자들을 기리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전시 시설로 재작년 6월 일반 공개가 시작된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조선인 차별이나 강제노동을 본 적이 없다는 옛 하시마 주민의 증언 위주로 전시 내용을 구성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조사단이 작년 6월 산업유산정보센터를 현지 방문과 온라인 방식으로 시찰한 뒤 한국 등에서 온 노동자들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해석 전략으로 제시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 때 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결의를 작년 7월 채택하고 올해 12월 1일까지 대책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회의를 전날 개최한 것이다.
이 회의에서 총리와 내각을 보좌·지원하는 정부 기관인 내각관방 담당자는 "지금까지도 성의 있는 자세로 대응해 왔다"고 강조했다.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을 놓고는 "근거를 바탕으로 제대로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와 나왔을 뿐, 수정을 요구하는 의견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교도통신에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대응을 대체로 타당했다고 보고, 유네스코 등에 이해를 요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역사왜곡 지적을 받는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 내용에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일본 전문가 회의의 이 같은 분위기는 일본 정부가 새롭게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한 사도(佐渡)광산 논란과 맞물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도 문제 삼은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을 바로잡지 않은 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지난 1일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해 한국 정부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논란에 대해 "한국과 성실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의 통화에서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외면한 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한 일본 정부에 항의했고,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측의 독자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적반하장격으로 유감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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