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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중국 최장 56일 격리해보니…"다시는 못할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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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중국 최장 56일 격리해보니…"다시는 못할 짓"
선양 입국 후 호텔·거주지서 28일씩 격리…8번 핵산검사 뒤 해제
아무런 지원 없이 "나가지 마라"…호텔·검사비 190만원 본인 부담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 5일 오전 웨이신(微信·위챗)으로 중국 입국 후 받은 8번째 핵산(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판정 결과와 자가격리 해제를 알리는 문자가 기자에게 왔다.



기자가 작년 12월 10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입국하자마자 시작해 중국에서 가장 길고 혹독하다는 56일간의 격리에서 풀려나는 순간이었다.
중국에 입국하려면 한국에서 출발 전부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우선 중국 당국이 지정한 병원에서 출국 48시간 이내 받은 PCR 검사 결과와 혈액 검사 결과를 요구했다.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는 검사였지만 지정병원 검사는 18만원을 내야 했다.
음성 판정 결과와 신상 정보, 코로나19 관련 문진 답변을 영어와 중국어로만 돼 있는 중국 방역당국과 세관당국인 해관의 건강관리 앱에서 입력하고 녹색 QR코드를 받는 절차도 필요했다.
특히 해관의 QR 코드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야 까다로운 입력 과정을 거쳐 받을 수 있어 승객들을 당황하게 했다.



선양 타오셴(桃仙)국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방역복으로 중무장한 여러 명의 방역 요원들이 비행기 문 앞에서 승객들을 맞이했다.
이어 출입국관리국, 세관, 공안, 방역기관의 입국 수속을 거칠 때마다 소독약이 살포됐고 마지막에 핵산 검사까지 받고서야 겨우 출국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항공권은 소독약에 젖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출국장을 나온 승객들은 행선지에 따라 대기하던 버스에 나눠타고 호텔로 직행했다. 외부인들과의 접촉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배정된 호텔은 선양역 부근의 3성급 호텔이었다. 입국자들에게 호텔 선택권은 없었다.



호텔 밖은 고사하고 객실도 나갈 수 없는 사실상 '구금 생활'의 시작이었다.
창문 너머 간혹 오가는 기차와 인근 아파트들이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외부의 풍경이었다.
하루 세 끼 식사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기름기 많은 중국식 메뉴 일색의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그나마 외부 음식 반입이 허용돼 지인들이 보내 준 김치 등 한국 반찬을 곁들여 먹을 수 있었다.
방역 요원들은 매일 아침 객실을 돌며 체온을 측정하고, 오후에는 전화로 의심 증상 여부를 확인했다.
호텔 직원에게 전화로 필요한 물건을 요구할 때를 빼고는 대화 한마디 하지 못하는, '면벽 수행'을 견뎌내야 했다.
오랜 격리로 찾아올 수 있는 우울증을 해결하라며 심리치료 병원 연락처가 빼곡히 적힌 안내문을 나눠줬지만, 소통이 안 되는 외국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호텔 격리비와 검사 비용을 합친 1만240위안(194만원)은 온전히 격리자들이 부담하는 몫이었다.
지난달 7일 오전 다섯 번째 핵산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서 28일 만에 호텔 격리에서 풀렸지만, 끝이 아니었다.
방역 요원들은 방향이 겹치는 입국자들을 버스에 태워 각 구역을 돌며 서취(社區·중국의 구<區> 아래 행정단위) 담당 공무원에게 일일이 인계했다.
집을 구하지 못한 터라 거주지로 신고한 사무실 부근에 도착하자 밤늦게까지 기다리다 맞이한 담당 공무원은 빠른 중국어로 자가격리 지침을 설명했다.



그는 28일간의 자가격리 기간 거주지 건물 밖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매일 한 차례 체온 측정 결과와 위치 인증 사진을 찍어 보내고, 웨이신 위치 공유 앱을 통해 머무는 위치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공무원은 자가격리가 해제되는 날까지 오전 9시를 넘기면 어김없이 문자나 전화로 방역수칙 이행을 독촉했다.
홀로 지내야 하는 격리기간 필요한 물품은 지원되지 않았다.
사무실은 전임자가 작년 10월 귀국하면서 밀린 요금 때문에 전기와 수도가 끊겨 있었지만, 이런 사안이 외출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은 되지 않았다.
입국 외국인이 한 달 내에 반드시 해야 하는 비자 연장 수속조차 격리 해제 이후로 미뤄질 정도로 방역은 모든 것에 우선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사무실이 있는 건물 내 오피스텔을 구하고, 전기와 수도 문제, 먹거리를 해결하면서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된 채 두 달 가까이 지내면서 불안감과 외로움, 무기력함이 불쑥불쑥 찾아왔다.
인터넷과 전화로 가족을 비롯해 외부와 소통할 수 있었지만, 폐쇄된 공간에 갇혔을 때 생기는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격리 생활자들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두 차례 병원을 간 것이 자가격리 기간 유일하게 허용된 외출이었다.
호텔과 자가격리 기간 모두 일곱 번의 핵산 검사와 두 번의 혈액 검사를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엄격한 격리가 중국의 모든 지역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3주간 호텔 격리만으로 풀려나는 곳이 있고, 자가격리까지 합쳐 28일만 적용하는 지방도 많다.
선양이 유독 외국 입국자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본토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선양에서 왜 56일간이나 격리를 시키는지, 그 이유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완고하고 엄격한 행정을 펼쳐온 중국 동북 지역의 오랜 관행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누군가 다시 해보겠느냐고 한다면 주저 없이 차라리 중국을 오지 않겠다고 답할 것 같다.
pj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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