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 치료 못 하는 건선, 담즙산 쓰면 염증 완화된다
장에서 변화한 2차 담즙산, 건선 염증 개선에 효과
미국 UC 데이비스 연구진, '피부과학 연구 저널'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건선(乾癬)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팔다리 관절 부위 피부 등에 하얀 각질이나 붉은 반점, 발진 등이 반복적으로 생기는데 가렵고 쓰라릴 뿐 아니라 보기에도 흉하다.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인 건선엔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 현재는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마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많고 효과를 보는 듯하다가도 약을 끊으면 곧바로 재발한다.
이렇게 고질적인 건선의 염증을 치료하는 데 담즙산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담즙산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T세포의 개입을 막았다.
하나는 T세포가 염증 부위로 이동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류킨(염증 촉진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이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피부과학 연구 저널'(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원래 담즙산은 몸 안에서 지질 흡수와 혈중 콜레스테롤 균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부 면역과 피부 염증 질환을 제어하는 데 핵심적인 신호 분자 역할을 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담즙산은 간에서 생성된 뒤 소장의 초입부에 분비돼 소화 작용을 돕는다.
분비된 담즙산은 거의 다 간에 재흡수된다.
그런데 일부는 대장까지 이동한 뒤 장의 미생물에 의해 2차 담즙산(secondary bile acid)으로 바뀐다.
이렇게 변한 2차 담즙산엔 리토콜산(LCA), 디옥시콜산(DCA), 3-옥소 LCA 등이 포함된다.
UC 데이비스의 샘 T. 황(Sam T. Hwang) 피부과학 교수팀은 선행 연구에서 장의 미생물이 2차 담즙산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아냈다.
지방이나 설탕이 많이 든 전(前) 염증성 음식이, 장 세균의 유형을 바꿔 2차 담즙산 수치가 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엔 생쥐 모델에 인터류킨-23(IL -23)을 투여해 건선과 유사한 피부병이 생기게 한 뒤 LCA, DCA, 3-옥소 LCA 등 2차 담즙산 3종을 각각 하나씩 투여해 봤다.
어느 2차 담즙산을 주입하든 피부가 벗겨지거나 빨갛게 부푸는 증상이 위약(placebo)을 쓴 것보다 확연히 줄었다.
특히 LCA는 외이(外耳)가 붓는 증상이 개선되는 데 가장 좋은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LCA를 복용하면 설사, 변비, 위통 등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고려했다.
그래서 바로 정맥에 LCA를 주사했더니 먹게 한 것과 비슷한 건선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IL-23의 작용으로 건선이 생기는 과정에서 각질 형성 세포(keratinocyte)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도 확인됐다.
'케모카인 수용체 6'(CCR6)와 결합 파트너인 'CC 케모카인 리간드 20'(CCL20)가 건선의 염증과 연관됐다는 건 이전의 연구를 통해 알고 있었다.
CCR20는 T세포가 상처 난 부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리간드다.
리간드(ligand)는 수용체와 결합하는 항체, 호르몬 약제 등의 분자를 말한다.
그런데 피부에 각질 세포가 생기게 하는 주요 원천이 CCL20라는 게 새로이 확인됐다.
여기에 직접 관여하는 게 LCA였다.
LCA는 인터류킨-17A의 생성을 억제해 피부 세포에서 CCL20가 만들어지는 걸 차단했고, 이것이 건선의 진행을 막았다.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스전루이 연구원은 "담즙산을 바로 쓰거나 담즙산 작용을 조절하는 약을 쓰면 건선의 염증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면서 "이전의 몇몇 예비 연구에서, 담즙산 보충제를 복용한 환자의 건선이 좋아진 이유도 설명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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