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RC 모잠비크 대표 "카부델가두 안정되려면 인도주의 지원해야"
국제적십자위 카트린느 장드르 단독 인터뷰…현지 가스전 개발 한국 기업들도 수주
문대통령과 모잠비크 대통령 명명한 '코랄 술' FLNG 1월초 현지 도착 "가스 생산 채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모잠비크 북부지역 카부델가두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요가 다국적 군사개입으로 표면적으로는 안정화됐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현지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과 개발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카트린느 장드르(59)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모잠비크 주재 대표는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 근교의 클레인카프 호텔에서 열린 남아프리카 ICRC 지역회의 참석차 방문한 길에 한국 언론과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르완다 군과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연합군이 모잠비크 군과 합동으로 카부델가두에서 치안회복 작전을 전개한 이후 갈등이 줄었지만, 아직도 무장단체의 공격이 저강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공격만 15번이나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무장단체 공격은 식량 확보 등 생존에 급급한 것으로 산발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무력개입이 분쟁을 완화하는 데는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지만 교육, 농업, 일자리 등 현지의 소외된 주민을 위한 '전체론적' 접근이 없이는 근본적 안정을 가져오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카부델가두는 아푼지 등에서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아프리카 최대인 200억 달러(약24조원) 규모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벌이는 곳으로 한국에서도 대우건설, 조선업체 등이 프로젝트 일부를 수주했다.
장드르 대표는 "대우건설이 플랫폼을 가져와 공사 기초작업을 하려고 하는 것을 봤다"면서 최근 유럽의 가스 가격 급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기, 기후변화, 아시아로 주로 가스를 수출하는 카타르로부터 수입 다변화 등의 측면에서 카부델가두 가스가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침 파트리크 푸얀 토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를 방문해 필리프 뉴지 대통령과 만나고 올해 사업 재개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탈은 지난해 3월 카부델가두 소요가 격화되자 현지에서 직원들을 철수했다.
또 한국 조선 기술로 건조된 '코랄 술(Coral Sul)' FLNG(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도 지난 1월 초 카부델가두 연안 앞 코랄 가스전에 7주간 항해 끝에 도착해 아프리카 대륙 심해에 배치된 첫 부유식 LNG설비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뉴지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11월 중순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열린 명명식에 참석할 정도로 주목받은 코랄 술은 올 하반기부터 연간 340만t의 LNG를 생산할 예정이다.
장드르 대표는 지난해 주모잠비크 한국대사관이 카부델가두의 인도주의 위기 등에 대처하기 위해 현지 ICRC에 자금 지원을 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지속적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분쟁 지역 주민이 훨씬 더 취약한 상황이라면서 "교육, 농업, 보건에 대한 주민 접근과 피난처 제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달 하순 닥친 열대폭풍 아나로 모잠비크에서도 20명이 사망했다면서 우기인 오는 4, 5월까지 10개의 사이클론이 모잠비크 등에 몰아닥칠 상황에서 더 취약한 난민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ICRC는 2020년 본격화된 소요로 인해 발생한 카부델가두 난민 80만명을 돕고 있다. 노약자, 여성,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보다컴과 계약해 휴대전화를 보급하는 한편 요리도구, 피난처, 담요, 위생키트, 모기장을 제공하고 있다.
또 현지 적십자사와 함께 코로나19 예방활동을 하고 지역 내 펨바 등에서 전문가를 동원해 물을 정수하며 우물을 판다. 9개 보건소를 수리해 의약품을 제공하고 직원을 훈련하는 일도 한다.
장드르 대표는 카부델가두에만 이미 250만명의 주민이 있어 난민 수용시설이 과밀하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에서만 20년, 중동에서도 8년을 보내는 등 ICRC에서 32년차 베테랑인 그는 한국은 비록 아직 못 가봤지만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한국 영화와 배우들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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