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정보·국방 1인자 매파성향 갈수록 증폭
"목적은 제국주의 복원"…푸틴, 얼마나 수용할지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에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측근들에게 달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NYT는 러시아 정부에서 정보기관, 군,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 고위 관료인 '실로비키'가 푸틴 대통령보다 짙은 보수 성향을 지니고 있다며 최근 러시아의 대서방 강경책도 이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실로비키의 공통분모는 대체로 1950년대 출생,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당시 푸틴 대통령과 연을 맺은 이너서클 인사들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NYT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서기,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집중 조명했다.
이들 3인방은 서방 국가를 상종하지 못할 적성국으로 선동하며 푸틴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기 위한 사상적 토대를 러시아 내부에 마련한 책사로 주목을 받는다.
보수적인 푸틴 대통령조차 이들과 비교하면 중도로 분류될 정도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공포증이 서구 선전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나리시킨 국장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부를 '진정한 독재정권'으로 불렀다.
그는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 쓰러졌을 때도 서방 국가가 푸틴 대통령르 끌어내리기 위해 공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을 "인간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나아가 이들 3인방은 옛 소련을 그리워하며 서방 문화에 맞서 전통가치를 복원하자는 목소리도 높여왔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지난해 9월 한 인터뷰에서 서방가치에 대해 "아이들에게 성별을 직접 결정할 권리를 주고 싶어 하며 어떤 곳에서는 동물과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련의 붕괴 때문에 서방 신자유주의 기득권층의 고삐가 풀려 세계가 비전통적인 가치관에 시달린다며 러시아가 부흥해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같은 구소련 국가들이 러시아의 영향권에 다시 재편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실로비키의 이 같은 이데올로기를 최고 권력층에서 목격되는 제국주의의 부활로 지목한다.
싱크탱크 카네기모스크바센터의 선임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제국주의 때문에 증폭된 러시아 국수주의의 가장 어두운 조류"라며 "러시아 안보 엘리트의 목적은 제국의 복원"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푸틴 대통령은 진보적인 인사들을 포함해 더 다양한 관료들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NYT는 이제 이들은 대체로 정부에서 밀려나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와 같은 기술관료는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강경파 측근들이 의사결정의 주축을 이뤄 푸틴 대통령의 결단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커지면 실로비키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며 악순환 가능성을 제기한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실로비키는 대치와 제재 때문에 겁먹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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