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는 유럽 '자신감' 근거는…"백신이 중증위험 낮춰"
영·프 등 신규 확진 쏟아지는데도 '위드코로나' 방역 완화
높은 백신 접종률에 '덜 위협적인' 오미크론, 확진자 정점 판단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연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유럽 다수 국가가 속속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28일 현재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핀란드 등이 방역패스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 방역규제 조치를 해제하거나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 전환은 언뜻 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는 현지 상황과 어긋나는 듯하다. 이들 나라의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는 영국 10만명, 덴마크 5만명, 프랑스 36만명 수준이어서 불안 어린 시선도 많다.
유럽 당국자들이 확진자 수치와 어긋나 보이는 이런 '대담한 결정'을 내린 근거는 뭘까.
높은 백신 접종률,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도가 낮다는 학계 연구, 오미크론 변이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 등이 그 근거로 거론된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바이러스 변이보다 덜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오미크론 변이는 빨리 전파되지만 중증 위험도는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5일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코로나19와 비교해 덜 심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기간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사용, 사망률 등의 지표는 델타 변이 유행 기간이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틀랜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입원 위험은 델타 변이보다 3분의 2가량 낮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입원율이 80%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방역 규제 완화를 선언한 유럽 국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높은 편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인구 대비 백신접종 완료율은 지난 25일 기준 영국 71%, 덴마크 81%, 프랑스 76%, 핀란드 74%이다.
실제 덴마크의 경우 신규 확진자 수는 26일 4만6천명을 넘었지만, 집중 치료 병동에서 치료를 받는 중환자 수는 44명으로 2주 전(73명)보다 줄었다.
특히 영국은 부스터샷(추가 접종) 정책의 성공을 강조한다.
영국의 인구 대비 부스터샷 완료율은 54%로, 이스라엘보다 늦게 접종을 시작했지만 이스라엘(54%)과 비슷하다. 이탈리아 51%, 독일 50%, 한국 50%, 프랑스 46%, 스페인 43%, 미국 26% 순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고령자 대부분이 부스터샷을 맞은 덕분에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는 중에도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고 영국 정부는 판단한다.
최근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부스터샷 후 2주가 지나면 코로나19 입원을 예방하는 효과가 89%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오미크론 변이 유증상 감염을 막는 효과는 65∼75%, 50세 이상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사망을 막는 효과는 9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백신 효과에 더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얻은 자연면역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년간 확진자가 워낙 많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에서 올 1월 첫 주 성인의 항체 보유율은 98%를 기록했다.
영국 HSA의 백신정책 담당 선임 최윤홍 박사는 "치명률이 독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고 치료제도 나오고 있으니 사회·경제적 측면까지 고려하면 이제 팬데믹이 아니라 엔데믹으로 가는 게 낫다고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돌파감염 또는 감염 후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백신만 맞았을 때보다 10배 이상 강한 '슈퍼 면역'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미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 마르셀 컬린 교수는 "자연 감염에 의한 면역은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연 감염 후 백신 접종은 항상 면역 반응이 매우 강하다"며 "이 연구 결과는 코로나19가 장차 팬데믹이 아니라 계절성 감기 같은 엔데믹으로 바뀔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백신을 맞는다고 해서 코로나19 감염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감염 시 생명과 의료 체계를 위협하는 중증 이행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세적으로 볼 때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도 고려됐다.
영국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4일 21만8천여명을 기록한 후 10만명 수준으로 내려왔다.
다만 이런 사례를 한국에도 적응할 수 있느냐는 의문부호다.
백신 접종률 등의 지표는 양호하지만 '오미크론 파도'의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엔 아직 어려운 점, 코로나19 감염자가 유럽 국가보다 적어 항체가 생긴 사람이 많지 않은 점 등은 따져봐야 하는 대목이다.
인구 6천700만명의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인구의 25%인 약 1천625만명이지만 한국은 79만명에 그친다.
또 유럽에선 지난해까지 강력한 봉쇄 정책을 유지해 국민의 피로가 누적돼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봉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더는 감수할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도 방역 정책을 전환하는 데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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