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유행중 규제 내던진 영국…자신감 근거는 '부스터샷'
"감염 정점 지났다" 판단…확진자 급증에도 입원·사망은 오히려 감소
'접종+자연면역'으로 항체보유율 98%…한국과는 상황 달라
'파티 게이트'로 궁지 몰린 총리의 '정치적 결정' 의혹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도 약 10만명씩 새로 나오는 상황에서 마스크도 벗고 '위드 코로나'로 넘어가기로 했다.
하루 22만명에 달하던 하루 신규 확진자가 절반 이하로 내려오긴 했지만 아직은 불안한 상황에서 꽤 선제적인 조치다.
영국이 마스크뿐 아니라 코로나19 패스, 재택근무 권고를 없애고 자가격리 폐지까지 추진하는 데는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고, 부스터샷이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백신이 최선의 방어…부스터샷 성공 덕에 규제 푼다"
영국 정부가 최근 '플랜B' 기자회견에서 되풀이해 강조한 것은 부스터샷 정책 성공이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늘 오미크론 변이에 맞서 부스터샷 접종률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외쳤고, 이번에도 백신 접종은 최선의 방어 수단이라고 못박았다.
영국 정부는 보건안전청(HSA) 분석자료를 인용해서 부스터샷 후 2주가 지나면 코로나19로 입원을 예방하는 효과가 89%에 달하고 오미크론 변이 유증상 감염을 막는 데는 65∼75%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27일 보건안전청의 발표에 따르면 50세 이상에서 부스터샷 후 2주가 지나면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사망을 막는 효과가 95%다.
영국의 백신 미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약 10%이지만 작년 12월엔 위중 환자의 60%를 차지했다.
런던 한 대학병원의 A 교수는 대학병원 20대 초중반 대학원생 중에서 성탄절 전에 부스터샷을 마친 경우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0명인데 2차까지만 접종한 경우는 80%가 걸렸다고 전했다.
노인들이 대부분 부스터샷을 마쳐서 오미크론 변이 유행 중에 사망자가 많지 않았다. 잉글랜드에서만 보면 70세 이상의 부스터샷 완료율은 약 90%다.
A 교수는 "위험군이 부스터샷을 마쳤다는 점을 믿고 마스크를 벗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6천700만명인 영국 전체에서는 25일 기준 3천700만명 이상이 부스터샷을 마쳤다. 인구 대비 완료율은 12세 이상은 65%다.
전체 인구 대비 부스터샷 완료율은 역시 25일 기준으론 영국이 54%로, 이스라엘(54%)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진도는 비슷하다. 그 밖에는 이탈리아 51%, 독일 50%, 한국 50%, 프랑스 46%, 스페인 43%, 미국 26% 등이다. 이는 코로나19 관련 국제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데이터 기준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워낙 많다보니 코로나19 감염으로 얻은 자연 면역 수준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백신 접종 효과까지 더해져서 잉글랜드의 올해 1월 첫주 성인의 항체보유율은 98%를 기록했다.
◇오미크론 정점 지나…감염-사망 고리 약해져
오미크론 변이가 감염력은 매우 강하지만 치명률은 약하고, 그나마도 정점을 지나가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이달 4일 21만8천724명을 찍었다. 작년 초 영국이 전면 봉쇄에 들어갔던 시기의 최대치가 1월 8일의 6만8천53명이었는데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사망자는 올해는 최대 기록이 25일의 439명으로 11개월 만에 최다였지만, 작년 1월 20일 1천820명에 비해선 4분의 1에 그쳤다.
신규 입원도 작년 1월 12일 하루 4천583명을 기록했는데 이번엔 작년 12월 29일 2천609명이 최다였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 초반에는 신규 입원이 하루 3천∼4천명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또, 입원환자도 이달 10일 1만9천961명까지 늘었지만 그래도 작년 1월 18일 3만9천255명의 절반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의 알파, 델타 등 변이에 비해서 약하다 보니 입원 기간이 길지 았던 것도 한 요인이다.
그중에서도 실제 코로나19 증상으로 인한 입원은 더 적었다.
영국 보건안전청의 백신정책 담당 선임 과학자 최윤홍 박사는 "확진자가 많지만 중증 입원환자가 그 정도로 늘지 않았고, 입원 환자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입원한 사례가 아니라 골절 등 다른 사유로 입원했는데 검사를 해보니 코로나19 입원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에서는 25일 기준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52%가 다른 사유로 입원한 경우였다.
이렇게 오미크론 변이에 걸려도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비해서 치명률이 낮다는 점은 '독감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 소속인 마이크 틸드즐리 워릭대 교수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지나고 나면 다음엔 더 약한 변이가 나오고 겨울쯤엔 독감처럼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홍 박사는 "치사율이 독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고 치료제도 나오고 있으니 경제·사회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면 이제는 팬데믹이 아니라 엔데믹으로 대응하는 게 낫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 존슨 총리 '파티게이트' 영향은…한국에 적용가능할까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주말에는 하루 7만명대까지 내려갔지만 지금은 10만명선이다. 통상 주말에 확진자가 적게 나오는 추이를 고려하면 높은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최근엔 학교에서 어린아이들이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BA.2)도 다소 께름칙한 요인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종인 BA.2는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구별이 잘 안되는 특징이 있어서 스텔스 오미크론 변이로 불린다. 최근 덴마크 등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어서 영국 보건안전청도 조사대상 변이로 공식 지정했다.
이러다 보니 지금이 규제 풀기에 적당한 시기냐는 의문도 적지 않다.
'파티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가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무리하게 결정했다는 의혹도 있다. 존슨 총리는 2020년 이후 봉쇄 중 규정을 어기고 파티를 했다는 의혹으로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느라 비운 나라 곳간을 다시 채우느라 세금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고 자영업자들의 아우성도 크다.
그렇다면 영국 사례를 한국에 적응할 수 있을까.
최 박사는 영국과 달리 한국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항체가 생긴 사람이 많지 않은 점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는 백신 미접종자 중에도 기존 감염으로 항체가 생긴 사람들이 많다 보니 방역규제를 풀어도 타격이 덜했지만, 한국은 거리두기를 해제하면 백신을 안 맞고 기존 감염으로 인한 면역력 확보도 안된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타깃이 돼서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데 약 한 달이 걸렸는데, 한국이 이 코스를 따르다 보면 영국과 비교해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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