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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 가능성 낮다" 연일 전쟁위기설 진화 우크라 속내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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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 가능성 낮다" 연일 전쟁위기설 진화 우크라 속내는(종합)
외무 "러 군대 규모 전면전에는 부족"…국방 "침공위험 정보없어"
"내부 혼란·공포 조장 러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의도"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지연 기자 = 서방이 지속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며 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은 연일 이 같은 가능성을 애써 축소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의 러시아군 규모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감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과 점령지(크림반도) 등에 집결된 러시아군 규모는 크고 우크라이나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규모는 모든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전면적 침공을 감행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불안 조장 시나리오를 실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황 유포, 우크라이나 금융시스템에 대한 압박, 사이버 공격 등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이 또한 러시아 공격 계획의 일부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계획이 성공해서 군사력에 호소하지 않을 수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지난 24일 러시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위험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다면서 전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위험한 시나리오는 존재하며 그것은 미래의 가능성 측면에서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 그러한 징후와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쿨레바 외무장관은 이날 자국 주재 일부 외국 공관이 전쟁 위험을 이유로 외교관 가족과 비필수 직원의 철수를 지시한 데 대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서도 이날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서방과 언론이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닐로프 비서는 "러시아의 최우선 목표는 우리의 내부 상황을 뒤흔드는 것이고 불행히도 현재 그들(러시아)은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과제는 차분하고 균형 잡힌 환경에서 우리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접경 상황과 관련 "러시아군 규모는 현재 많은 이들이 묘사하는 식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러시아군의 자국 내 기동은 항상 있었던 일이며, 그들은 자국 영토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권리가 있다. 우리에겐 기분 나쁜 일이긴 하지만 뉴스는 아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도 지난주 대국민 담화에서 "새로울 게 뭐가 있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병합 이후) 8년 동안 겪어온 현실 아닌가. 침공은 2014년 시작되지 않았나. 과연 대규모 전쟁 위협이 지금에서야 나타난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은 전부터 있었다. 더 커지지 않았다. 이를 둘러싼 흥분이 커졌을 뿐이다"며 전쟁위기설을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우크라이나 정부의 '태연함'에 대해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올라가는 상황과는 동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메시지가 같은 편인 서방과 차이 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계획된 '의도'라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공포와 혼란이 커지도록 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겉으로 동요하지 않는 이유라는 것이다.
또 설령 침략한다는 유력한 근거가 있더라도 공포심을 노출하는 것은 실제 전쟁 전부터 적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라는 것을 우크라이나 정부도 잘 알고 있다고 NYT는 해석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지도부로선 러시아를 최소한으로 자극하고 자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대응 방식을 두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분열이 감지된다고 NYT는 전했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며 전쟁 준비에 돌입하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고, 최근 의회에서는 러시아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라고 촉구하는 공동 성명도 나왔다.
위기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안심'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 우크라이나 총리였던 아르세니 야체뉴크는 "대통령은 자국민을 두렵게 하면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우려한다"며 "러시아가 침공하면 우리가 다음 총선이나 대선을 기약할 수 없는 마당에 정치나 지지율 따위는 잊어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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