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위기 아니다"…겉으로 태연한 우크라이나 속내는
"러시아 침공 대비해야" 내부 반발…"정치적 계산"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적 대치가 하루가 다르게 날카로워지고 있지만 장작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표면적으로 태연한 모습이다.
지난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새로울 게 뭐가 있나. 8년 동안 겪어온 현실 아닌가. 침공은 2014년 시작되지 않았나. 과연 대규모 전쟁 위협이 지금에서야 나타난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험은 전부터 있었다. 더 커지지 않았다. 이를 둘러싼 흥분이 커졌을 뿐이다"라며 전쟁설을 잠재웠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24일 러시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위험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다면서 전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위험한 시나리오는 존재하며 그것은 미래의 가능성 측면에서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 그러한 징후와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자국 주재 일부 외국 공관이 전쟁 위험을 이유로 외교관 가족과 비필수 직원의 철수를 명령한 데 대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우크라이나 정부의 '태연함'에 대해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 수위가 올라가는 상황과는 동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메시지가 같은 편인 서방과 차이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계획된 '의도'라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공포와 혼란이 커지도록 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겉으로 동요하지 않는 이유라는 것이다.
또 설령 침략한다는 유력한 근거가 있더라도 공포심을 노출하는 것은 실제 전쟁 전부터 적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라는 것을 우크라이나 정부도 잘 알고 있다고 NYT는 해석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지도부로선 러시아를 최소한으로 자극하고 자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서는 24일 BBC와 인터뷰에서 서방과 언론이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닐로프 비서는 "러시아의 최우선 목표는 우리의 내부 상황을 뒤흔드는 것이고 불행히도 현재 그들(러시아)은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과제는 차분하고 균형 잡힌 환경에서 우리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대응 방식을 두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분열이 감지된다고 NYT는 전했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며 전쟁 준비에 돌입하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고, 최근 의회에서는 러시아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라고 촉구하는 공동 성명도 나왔다.
위기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안심'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당시 우크라이나 총리였던 아르세니 야체뉴크는 "대통령은 자국민을 두렵게 하면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우려한다"며 "러시아가 침공하면 우리가 다음 총선이나 대선을 기약할 수 없는 마당에 정치나 지지율 따위는 잊어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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