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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사우디, '왕실보석 절도' 30여년 만에 외교관계 복원
태국 총리-사우디 왕세자, 대사 파견 및 경제·관광 등 관계강화 합의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왕실보석 절도' 사건 30여 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6일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의견을 나눈 뒤 이같이 합의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 통신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SPA는 양국이 '가까운 미래'에 대사를 임명해 상호 파견하고, 경제 및 교역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와 석유화학 제품에서부터 관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이 공동 투자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SPA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은 트위터를 통해 오는 5월부터 태국행 직항편 운항을 재개한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쁘라윳 총리는 회동에서 1989∼1990년 태국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들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면서 새롭고 적절한 증거가 나오면 이 사건을 주무 관청에 맡겨 조사하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SPA 통신은 전했다.



태국 정부 수반이 사우디를 공식 방문한 것은 1989년 '블루다이아몬드 도난 사건' 이후 처음이다.
양국 관계는 태국인 근로자가 사우디 왕자의 집에서 보석을 훔쳐 달아난 이 사건을 계기로 30년 넘게 냉각 상태였다.
당시 사우디 왕자의 집에서 일하던 태국인 관리인이 50캐럿짜리 '블루다이아몬드'를 비롯해 2천만 달러(약 238억원) 어치의 보석들을 훔쳐 태국으로 달아났다.
블루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소장 중인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이들 보석들을 회수하기 위한 여러 조처를 했으나, 아직 보석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특히 사우디는 1990년 보석 회수를 위해 방콕에 3명의 외교관을 보냈으나 곧 조직적인 암살 작전에 말려 살해됐다. 이후 보내진 왕실 자문관도 실종됐다.
이들 사건 역시 아직 미제로 남아 있다. 사우디와 태국 관계는 최악으로 악화했다.
사우디는 보복 조치로 태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고 더는 대사를 보내지 않았다.
또 사우디인의 태국 방문을 금지하고 태국인에 대한 사우디 내 취업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20만 명에 달하는 사우디 내 태국 노동자들은 추방됐다.
보석을 훔쳤던 이 태국인은 태국 경찰에 자수한 후 7년 징역형을 받았으나, 5년 복역 후 풀려났다. 그는 2016년 승려가 된 뒤 현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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