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선 1차 투표 개시…당선자 나오기는 어려울듯
좌·우파 정당 그룹 후보 합의 실패…투표일도 협상 지속
드라기 총리 당선 아직 불확실…'우파 좌장' 살비니도 반대 입장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가 24일(이하 현지시간) 헌정 이래 열세 번째 대통령 선출 투표에 돌입하지만, 당선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의회는 이날 오후 3시 하원 의사당에 대의원들을 소집해 대통령 선출 1차 투표를 진행한다.
규정상 대의원은 상원 321명, 하원 630명, 지역 대표 58명 등 1천9명으로 구성된다. 과거 사례에 비춰 1천 명 안팎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날 당선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의원단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하원 의석 구조상 좌·우파 정당 그룹 어느 쪽도 과반을 점하지 못해 타협을 통한 공통의 후보 천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정당들은 22∼23일 이틀 내내 후보 천거를 위한 물밑 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날 1차 투표는 당론 없이 실시될 예정이다.
범좌파 정당 그룹에 속하는 민주당(PD)은 '백지 용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ANSA 통신은 전했다.
좌·우파 정당 그룹은 투표 시행과 관계없이 이날도 후보 천거 협상을 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 연합의 '좌장' 격인 극우당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 간 회동도 예정돼 있다.
현재 판세를 보면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예상되는 정국 불안 등을 이유로 일부 주요 정당들이 후보 천거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 여전히 그의 정치적 앞날은 불투명하다.
앞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22일 후보 사퇴를 선언하며 현재 진행 중인 경제·사회 구조 개혁을 위해 드라기 총리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살비니 의원도 23일 취재진에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드라기 총리가 직을 내려놓는 것은 위험하다"며 천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회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M5S)과 민주당 등 범좌파 그룹 역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드라기 총리의 대안 후보 모색에 무게추가 쏠려있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대선 투표는 공식적인 후보 명단 없이 대의원이 투표용지에 선호하는 이름을 써내는 방식으로, 이날부터 당선자가 나올 때까지 매일 지속된다.
1∼3차까지는 대의원 3분의 2(672표)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선출되며, 4차부터는 과반(505표) 득표자로 당선 문턱이 낮아진다.
현지 정가와 정치 전문가들은 4∼5차 투표일인 27∼28일께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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