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대통령 사임…"주요정책 결정에 영향력 행사못해"(종합)
내각책임제 하의 상징적 직위…2020년 아제르와의 전쟁 패배 후 위기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현윤경 기자 = 아르멘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중요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며 조기 사임을 발표했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이날 자체 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오랜 시간 생각한 끝에 대통령으로서의 4년간의 적극적인 직무 수행을 뒤로 하고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라와 국민이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지만, 외교와 내치의 중대한 정책 결정에 있어 영향력을 발휘할 수단이 대통령에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또 "국가 정상이 전쟁과 평화와 관련한 문제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국민과 국가에 불합리해 보이는 법률들에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헌을 통해 대통령이 합당한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가 채택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는 사르키샨 대통령이 취임한 2018년부터 사실상의 의원내각제로 이행했다.
의회에 의해 7년 단임직으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상징적 지도자로 헌법 준수를 감시하고 내각 사퇴안을 수리하며, 국제조약을 파기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아르메니아 헌법에 따르면 의회는 대통령 궐위 시점부터 25일~35일 사이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신임 대통령 선출 때까지는 의회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행한다.
1990년대 중반 총리를 지낸 사르키샨 대통령(69)은 지난 2018년 4월 취임했었다.
하지만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아르메니아가 패배한 뒤 계속된 정국 혼란의 와중에 위기를 겪었다.
아르메니아는 2020년 9월 27일부터 오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아제르바이잔과 6주 넘게 격전을 치른 끝에 6천500여 명의 전사자를 내고 같은 해 11월 중순 항복에 가까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중재한 이 평화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주요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에 넘겨줬으며, 5년간 러시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데 동의했다.
이후 사르키샨 대통령과 니콜 파쉬냔 총리는 패전 책임을 두고 군부와 공방을 벌이고 야권의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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