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속담 "소가 궁전 와도 왕 안돼" 대통령 모욕?…언론인 구금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터키에서 한 저명한 언론인이 방송 중 속담을 인용했다가 문제가 돼 대통령 모욕 혐의로 구금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경찰은 전날 오전 2시 유명 방송기자 세데프 카바스의 집에 들이닥쳐 그를 연행했다.
카바스가 한 방송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발언하고 이를 트위터에 올린 지 몇 시간 만이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욕'으로, 법원은 재판을 앞두고 수감 명령을 내렸다.
당국은 카바스가 방송 중 인용한 속담을 문제 삼았다. '소가 궁전에 온다고 소가 왕이 되진 않는다. 궁전이 헛간이 될 뿐'이라는 속담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것이었다.
터키에서 대통령 모욕죄는 징역 1∼4년 형을 받을 수 있다.
파흐레틴 알툰 터키 대통령실 공보국장은 트위터에 "증오를 퍼뜨리는 것 말고는 달리 목표가 없는 TV 채널에서 소위 언론인이 노골적으로 우리 대통령을 모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직의 영광은 우리나라의 영광"이라며 "우리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저속한 모욕을 규탄한다"고 카바스를 직격했다.
그러나 터키 언론 단체들은 카바스의 구금에 반발하고 있다.
터키 언론인 연합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카바스가 출연했던 채널 '텔레 1'의 편집장도 "속담 때문에 새벽 2시에 감금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언론인과 언론, 사회를 위협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2014년 에르도안 대통령 취임 후 7년간 터키에서 모욕 혐의로 기소돼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수천 명에 달한다.
2020년 한해에만 모욕 혐의와 관련해 3만1천297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고, 7천790건이 기소돼 3천325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