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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친러 정치지도자 심어 우크라 정권 전복 시도"(종합2보)
러 우크라 침공 우려 속 영국 외무부 "정보 입수했다" 주장
백악관 우려 표명…러 "긴장 높이려는 허위정보" 반박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사들을 포섭해 친러시아 인사로 우크라이나 정권을 세우려 한다는 주장이 영국에서 나왔다고 AFP·로이터 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점령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친 러시아 인사로 정권을 세우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외무부는 예브게니 무라예프(45) 전 의원을 지목하며 그가 점령 정부의 잠재적인 지도자로 고려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AFP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무라예프는 2012~2019년 친러시아 성향 정당 '지역당'과 '야권 블록' 소속으로 두 차례 '최고라다'(단원제 우크라이나 의회) 의원을 지냈다.
지역당은 2014년 친서방 정권교체 혁명 뒤 축출된 친러시아 성향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이끌던 정당이다.
2019년 대선에도 출마했었던 무라예프 전 의원은 2019년 조기 총선에서 '야권 블록'의 비례대표제 후보로 출마했으나 이 정당이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 득표율인 5%선을 넘지 못하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또 지난해 우크라이나 규제 당국이 친러시아 선전 방송을 했다며 폐쇄를 추진한 우크라이나 방송 '나쉬'의 소유주로 알려졌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며, 비동맹국(중립국) 지위와 각 지방정부들에 최대의 자치권을 허용하는 연방제를 주창해 왔다.

영국 외무부는 일부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러시아 정보국과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증거를 봤다며 이들 중 일부는 "현재 우크라이나 공격 계획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세한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이 지목한 정치인은 미콜라 아자로프, 세르기이 아르부조프, 안드리이 클루예프, 블라디미르 시브코비치 등 4명이다.
아자로프는 2014년 축출된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지냈으며 아르부조프와 클루예프는 야누코비치 밑에서 부총리를 지냈다.
시브코비치는 전 우크라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다. 그는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한 혐의로 최근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0일 타라스 코자크, 올렉 볼로신 등 우크라이나 의원 2명과 전직 우크라이나 관료인 볼로디미르 올리이니크, 블라디미르 시브코비치 등 4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이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의 지시에 맞춰 행동하고 다른 나라를 불안정하게 하려는 러시아의 활동에 역할을 했으며 2020년 미국 대선 때도 허위정보 유포에 협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오늘 공개된 정보를 보면 우크라이나를 전복하려는 러시아의 활동 범위가 드러난다"며 "러시아는 긴장을 낮추고 침략 작전과 허위정보 유포를 끝내고 외교적 방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에밀리 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런 종류의 음모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주권이 있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파트너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영국 외무부가 퍼뜨린 허위정보는 우크라이나 주변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측이 바로 앵글로색슨인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임을 증명한다"면서 영국에 "도발 행위를 멈추고 터무니없는 말을 유포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인 2월 4일 전날 러시아에 대한 군사·정보적 도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무라예프 본인도 영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영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외무부가 혼란에 빠진 것 같다"면서 자신이 현재 러시아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만큼 영국 측의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4년 동안이나 러시아의 제재를 받고 있고,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입국도 금지돼 있다"면서 "이 같은 사실과 러시아가 나를 '(우크라이나) 점령 정부'의 수장으로 임명하길 원한다는 사실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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