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작년 정저우 수재 사망자수 은폐 의혹 사실로 드러나(종합)
보고서 "사망.실종자수 139명 은폐"…'하루만에 사망자 3배↑' 비밀 풀려
"대형재해 대비 부족했다"며 人災인정…공무원 89명 엄중 문책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사망·실종자 380명 등 큰 인명 피해를 초래한 작년 7월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수재 당시 당국이 한때 피해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이 중앙 정부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21일 신화 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재해 조사조(組)가 이날 공개한 '허난 정저우 7·20특대호우 피해조사 보고서'에는 작년 7월20일을 전후로 한 기록적 폭우로 정저우시에서 발생한 수재 사망·실종자 수가 380명(작년 9월30일 기준)으로 적시됐다.
그러나 이 집계가 최종적으로 나오기까지 정저우 시 차원에서 75명, 현(縣)급에서 49명, 향진(鄕鎭)급에서 15명 등 총 139명의 사망·실종자를 은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재해시 인명 피해를 정확히 보고할 의무가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유관 기관이나 개인이 허위 보고를 하거나, 기록을 위·변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명피해 통계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에 따라 작년 7월 25∼28일 정저우시의 경우 연속 나흘간 재해 보고 시스템 상에 사망·실종자 수가 보고되지 않았다.
이런 조작으로 인해 작년 7월 29일 시점에 정저우의 사망·실종자는 총 97명으로 발표됐으나 7월30일 발표때 갑자기 322명으로 급증했고 8월1일에는 339명으로까지 늘었다.
당시 비가 상대적으로 잦아든 시점이었음에도 갑자기 사망자수가 하루 사이에 3배로 늘어나자 은폐 또는 허위보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사망·실종자 정보의 상부 보고를 고의로 방해한 정황과, 이미 확보한 정보를 보고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일례로 정저우시와 시 산하의 현급 기관들은 작년 7월 25∼29일 총 116명의 사망·실종자를 은폐했다. 그것도 모자라 작년 8월18∼19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현지 시찰을 갔을 때 정저우시는 이미 12명의 사망자가 새로 추가된 것을 파악했지만 그시점에서조차도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결국 작년 8월20일에 가서야 중앙의 조사단이 현지 조사를 통해 사망·실종자 수가 작년 8월2일 발표된 것보다 41명 더 많으며, 그중 23명에 대해서는 '보고 은폐'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정저우에서는 작년 7월 17일 오후 6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단 사흘간의 누적 강수량이 617.1㎜에 이르며 연간 강수량 평균(640.8㎜)에 근접했다. 지하철과 지하차도 침수가 발생했던 7월 20일에는 오후 4∼5시 사이 최대 201.9㎜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재해는 단기간의 강우량 자체가 엄청났던 탓도 있지만 폭우가 극심할 때 제때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음으로써 지하철역과 지하차도 등에서 피해가 컸다는 점 등으로 미뤄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보고서는 정저우 시 당 위원회와 시 정부 각 부문의 위험 의식이 강하지 않았고 대형 재해에 대해 인식과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무원 등의 직무상 과실과 독직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들 문제로 인해 특히 지하철, 지하차도 등에서 응당 나오지 말았어야 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역 구내 침수로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정저우 지하철 5호선에서 빗물이 대량으로 유입된 우룽커우(五龍口)역의 설계 책임자 등 기업 관계자 8명이 위법 혐의로 체포됐다고 신화 통신은 전했다. 또 허난성 기율 감찰기관은 공무원 89명을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엄중 문책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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