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경미' 연구 무시한 서구…남아공 학계 "인종차별"
"남아공발 나쁜뉴스 잘 받아들이면서 좋은뉴스에 회의적"
WHO 경고에도 기존 주장 고수…"낮은 사망률, 코로나19 회복기 진입 의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경미하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구 결과를 서구 국가들이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남아공의 초기 분석을 서구 국가들이 회의적인 태도로 바라봤다며 이는 '인종차별'에 해당한다고 비판하는 남아공 학계의 목소리를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부는 '아프리카에서 온 과학 결과를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지난해 11월 오미크론 변이를 최초로 발견, 국제사회에 알려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내놓은 연구 결과를 서구 국가들이 편견으로 대한다는 주장이다.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의 백신 전문가 사비르 마디 교수는 BBC에 "고소득 국가들은 남아공과 같은 나라에서 전달되는 나쁜 뉴스는 잘 받아들이면서도 좋은 뉴스에는 갑자기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나는 이것을 인종차별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전 코로나19 자문위원장이자 국제과학회의 부의장인 살림 카림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모두가 오미크론이 최악의 상황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리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그들은 우리의 관찰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엄밀한지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는 작년 11월 말 남아공에서 처음 오미크론 변이가 검출된 후 코로나19 감염자가 빠르게 늘었지만, 최근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직 오미크론 변이를 가벼운 것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높은 전염성으로 전 세계에 '쓰나미'처럼 퍼지고 있어 각국의 의료 시스템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남아공 과학자들은 자체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경미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의 백신·감염병 분석학과 수석 연구원인 마르타 누네스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극적으로 덜 심각하다는 우리의 작년 12월 초 예측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바이러스는 인간 숙주에 적응하기 위해 서서히 전개되면서 풍토병처럼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림 교수도 "오미크론 변이의 사망률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매우 낮은 치사율을 봤다"며 "최신 자료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입원율은 델타 변이보다 4배나 낮고 호흡기가 필요한 환자 수도 이와 비슷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남아공 등 아프리카의 인구 통계학 등의 요인으로 서구와 다른 현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아공의 평균 연령이 영국보다 17살이나 어리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가 남아공에서 더 경미한 반응을 보였다는 주장이 일례다.
이에 남아공 과학자들은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남아공의 초과 사망자 수(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수준을 초과하는 사망자 수)는 29만명으로 10만명당 480명이나 돼 영국의 두 배가 넘는다고 반박했다.
또 이들은 남아공의 공식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약 9만3천명이지만, 실제로는 초과 사망자의 대부분이 코로나19에 의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마디 교수는 "초과 사망자 수를 보면 심각한 질병이 왔을 때 취약한 인구는 영국보다 남아공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남아공에 젊은 사람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비만 등의 이유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의 조언을 근거로 남아공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 더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거부했다. 또 초기에 다른 나라들이 남아공발 여행자들의 입국을 금지한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디 교수는 "오미크론 사망률이 낮다는 것은 우리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나는 지금이 회복기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 확진자 집계가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며 코로나19 검사를 멈출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대신 코로나19로 입원한 사람들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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